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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혁명 (프랑스혁명 이전의 금서와 베스트셀러)
책과 혁명 (프랑스혁명 이전의 금서와 베스트셀러)
저자 : 로버트 단턴
출판사 : 알마
출판년 : 2014
ISBN : 9791185430072

책소개

정통적 가치를 전복시킨 책은 고전이 아니었다?

프랑스혁명 이전의 금서와 베스트셀러를 통해 책을 바라보는 『책과 혁명』. 1789년 프랑스혁명은 볼테르, 루소, 몽테스키외 등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의 영향으로 촉발되었다는 것은 학계와 세인이 인정하는 정설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대한민국이 ‘서양 고전’이라고 칭하는 《사회계약론》, 《캉디드》 등의 저서가 당시 대중을 미몽에서 깨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로버트 단턴은 그것이 ‘상상’에 가깝다는 점을 치밀하게 밝혀나간다. 18세기 출판과 독서계의 풍경을 치밀하게 복원해냄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봉건적 인식체계를 뒤흔든 것은 점잖은 계몽사상서가 아닌 《방황하는 창녀》, 《루이 15세의 사생활》과 같은 포르노소설과 중상비방문 등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가령, 독자들은 신분질서 때문에 사랑이 가로막힌 소설 주인공들의 상황에 함께 슬퍼했고, 이는 오롯이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단턴에 의하면, 정통적 가치를 전복시킨 책은 ‘고전’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혁명의 유래와 가치 체계의 전복을 둘러싼 이 모든 소란을 다루며, 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1996년 미국비평가협회상 수상작

* 주요 언론사의 추천 서평!

"책을 안 읽는 시대, 책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이 애틋하다." - 《한겨레21》
"미국의 대표적인 서양사학자인 로버트 단턴이 펴낸 역작이다." -《한국일보》
"책이 사회 변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국민일보》
"유럽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매일경제》
"18세기 프랑스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한국경제》
"프랑스 혁명이 왜 '아래로부터의 역사'인지를 명확하게 확인시켜 준다." -《서울경제》

· 혁명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가?
· 왜 가치 체계는 바뀌는가?
· 여론은 어떻게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가?

실증적 치밀함과 명쾌한 필치가 돋보이는
미국의 대표 지성 로버트 단턴의 절정기 작품 《책과 혁명》!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은 193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60년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했다. 1964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뉴욕 타임스〉에서 짧은 기간 기자로 근무하다가 1965년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우회의 연구원이 되었다. 1968년부터 2007년까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유럽사를 가르치며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썼으며 왕성한 학술활동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7년에는 하버드대학교로 돌아가 칼 포르차이머 교수가 되었으며 도서관장에 취임했다.
‘책의 역사가’로서 당대 최고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단턴은 1979년 《계몽주의의 사업》으로 리오 거쇼이Leo Gershoy상을, 1996년 《책과 혁명》으로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1999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을, 2004년에는 국제구텐베르크협회로부터 구텐베르크 기념상을,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여하는 2011년 국가인문학메달을, 2013년에는 키노델두카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에서도 널리 읽힌 《고양이 대학살》을 비롯하여, 《앙시앵 레짐 시대의 문학적 지하세계》《로버트 단턴의 문화사 읽기》《인쇄 혁명》《18세기 지하문학의 세계》《베를린 저널 1989~1990》 《시인을 체포하라》 들이 있으며, 《메스머리즘과 프랑스 계몽시대의 종언》(알마 출판사 근간)이 올해 한국어판으로 나올 예정이다. 전자논문 프로젝트인 구텐베르크-e 프로그램의 설립자이기도 한 단턴은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로 관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기획 의도

혁명은 ‘아래’로부터

“당신이 하는 말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볼테르)현대인들에게 볼테르는 무엇보다 계몽사상가이며, 우아하고 용감한 프랑스의 지성인으로 기억된다. 그를 포함하여 루소, 디드로, 몽테스키외 등 프랑스 계몽주의 학자들의 지대한 영향으로 1789년 프랑스혁명이 촉발되었다는 것이 학계와 세인이 인정하는 정설이다. 《사회계약론》《캉디드》《백과사전》 등 오늘날 대한민국의 ‘서양 고전’ 편에서도 익숙히 볼 수 있는 책들이 당시 대중을 미몽에서 깨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과 혁명》은 그것이 허상에 가깝다는 점을 치밀하게 밝혀나간다. 무엇보다 당시 사람들에게 점잖은 계몽사상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볼테르만 해도, 당대에 여러 작품을 베스트셀러로 내놓은 작가인 것은 맞지만 그 책들은 《오를레앙의 처녀》나 《방황하는 창녀》와 같은 포르노그래피였다. 대중들은 진지한 사상을 다룬 논문보다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열광했다. “…그러고는 치마를 올리고 속옷을 허리까지 걷어올려 눈처럼 하얀 엉덩이를 내놓았어요. 그의 엉덩이는 훌륭하게 균형잡힌 넓적다리에서 두 개의 완전한 곡선을 그리면서 솟아올라 있었답니다.”(《계몽사상가 테레즈》 중, 본서 381쪽)
저자 로버트 단턴은 현대인의 ‘상상’과는 사뭇 다른, 18세기 출판과 독서계의 풍경을 치밀하게 복원해낸다. 관습적인 고전 목록을 걷어내고 당시 사람들이 실제 “체험한 문학” 목록을 서지학적으로 추적한 것이다. 특히 지하에서 은밀히 유통되던 이른바 “나쁜 책mauvais livre”에 주목하여, 당대 문학의 풍경을 편견 없이 재구성한다. 촘촘한 자료조사와 흥미진진한 서술, 책의 역사와 프랑스혁명사를 아우르는 깊고 넓은 관점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단턴은 금지된 베스트셀러들이 포르노소설, SF, 중상비방문 같은 도서들이었음을 밝히는 한편, 이 책들이 감정을 폭발적으로 자극해 당시 사람들의 봉건적 인식체계를 뒤흔들었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평등’이라는 관념은 계몽서적의 우아한 논증으로부터 대중들에게 인식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계층을 뛰어넘는 애절한 연애 이야기들을 통해 ‘감각적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독자 대중들은 소설 주인공들의 사랑이 신분질서 때문에 가로막힌 상황에 함께 슬퍼했고, 이는 고스란히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당시 사람들에게 혁명의 위대한 정신인 ‘평등’은 관념이라기보다 차라리 감각에 가까웠다. 그들은 그것이 평등인 줄도 모르고 평등을 갈망했던 것이다.
《책과 혁명》은 이와 같은 역사적·문화적 풍경을 다양한 측면에서 펼쳐 보이며 ‘금서의 사회사’와 ‘금서의 문화사’를 구성해낸다. 그 과정에서 혁명의 유래와 기원 그리고 전복적 가치 체계의 형성 과정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책을 비롯한 의사소통 체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책과 혁명의 관계에 대한 밀도 높은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만들어진 전통, 고전을 다시 묻는다
고전은 언제부터 고전이 된 걸까? 도대체 누가 고전이라고 정한 것일까? 그것은 명성에 걸맞은 영향을 끼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정통 계몽서적만 놓고 보면 우리는 이 질문들 앞에서 막막해지고 만다. 단턴은 이 점을 분명히 하며 책을 시작한다. “문학의 역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조각조각 잇고, 여기는 자르고 저기는 잡아늘이고, 어떤 곳은 닳아빠지고, 다른 것에 덧대고, 어디에나 시대착오로 장식해서 교묘하게 꾸며낸 작품이다.”(34쪽)
단턴이 25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구성한 18세기의 금서이자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진정 영향력 있던 책들의 목록은 오늘날 관점에서 대단히 파격적이다. 볼테르의 《오를레앙의 처녀》 또는 《방황하는 창녀》 같은 포르노그래피의 고전을 비롯해, 《2440년》《뒤바리 백작부인에 관한 일화》《아레티노》《계몽사상가 테레즈》《기독교의 실상》《루이 15세의 사생활》《샤르트뢰 수도원의 문지기 동 부그르 이야기》 같은 “거의 완전히 잊혀진” 책들이 포진해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당대의 금서 베스트셀러들은 흔적이 가뭇한 반면, 그럴듯한 계몽서적들은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 기묘한 형국이다.
더욱이 당시 베스트셀러, 곧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세상을 전복시킨 책들은 하나같이 점잖지 못했다. 이를테면 정치에 관한 내용조차 그것은 객관적이고 정당한 논평이 아니라, 비방이나 추문을 자극적으로 들춰내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를 ‘사생활’, 특히 왕의 사생활로 축소시켰다. 그렇게 하면서 … 그곳을 사악한 대신, 음모를 꾸미는 정신, 남색을 밝히는 고위 성직자, 타락한 애첩 같은 웃음거리들의 나라로 만들어놓았다.”(143쪽) 사람들은 그저 흥밋거리로 앙시앵 레짐 체제를 풍자하고 조롱했다. 고상하지 못한 태도로 불구의 정치를 힘껏 웃음거리로 만든 것이다. 물론 이런 행동이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천박하고 상스러운 태도가 “바스티유를 휩쓸어버렸다.” 정통적 가치를 전복시킨 책은 결코 ‘고전’은 아니었던 것이다. 《책과 혁명》은 혁명의 유래와 가치 체계의 전복을 둘러싼 이 모든 소란을 다루며, 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당대 베스트셀러 세 작품을 수록!
단턴의 화려한 저술 목록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책이 바로 《책과 혁명》이다. 그는 유난히 상복이 많았지만, 특히 1996년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이 책은 1979년 리오 거쇼이 상을 받은 《계몽주의의 사업》과 함께 늘 그의 경력 최상단을 차지한다.
특히 《책과 혁명》의 가치를 자료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록으로 실린 포르노소설 〈계몽사상가 테레즈〉, SF 〈2440년, 한 번쯤 꾸어봄직한 꿈〉, 정치적 중상비방문 〈뒤바리 백작부인에 관한 일화〉가 그것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 대유행하던 작품들의 경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꽤 두툼한 분량이다.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보기 드문 자료로서, 사실 이것만으로도 《책과 혁명》의 책으로서의 가치가 확보된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1부부터 3부까지가 단턴의 논평이 들어간 연구 성과라고 한다면, 4부 부록은 잊힌 작품을 발굴한 역사학적·서지학적 성취다. 독자들은 당대의 베스트셀러 일부를 직접 독서함으로써 책에 관한 사유와 성찰을 심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책속으로 추가 -
우리는 ‘철학책’에 담긴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전갈message을 앙시앵 레짐을 뒤집어엎으려는 의도의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그러한 음모는 더더욱 아니었다. 금서는 그 체제의 뿌리를 흔들어 정통성을 허물어갔을지 몰라도, 그것을 쓰러뜨릴 목적에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금서는 단지 문학시장의 불법적 부분에 대한 수요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은 흥밋거리였을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수요, 사생활만이 아니라 당대의 역사에 대한 호기심, 추상적인 사상의 금지된 열매만이 아니라 새 소식에 대한 굶주림이었다. 그 체제는 이러한 주제를 모두 법률의 바깥에 놓으면서 그것을 취급하는 방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자제력마저 몰아냈다. 철학을 포르노그래피와 같은 구석으로 몰아내면서, 자유로운 공격을 불러오고 공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 체제는 형이상학에서 정치학까지 모든 전선에서 두루 공격을 받았다._149쪽

2부 주요 작품
3장 철학적 포르노그래피
“나는 천상의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나는 내 마음이 물질로부터 완전히 떠났음을 느낍니다. 더 깊이, 신부님, 더 깊이! 제 몸 속에 있는 불순한 것을 모두 뿌리 뽑아주세요.” … 독자 가운데 신성모독과 성애가 혼합되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18세기 독자들은 그러한 묘사에서 다른 것을 보았을 것이다. 묘사가 생생한 만큼-그리고 원문에 해부학적인 세부 묘사가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는 만큼-그것은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전달했다. 정신과 물질의 구분은 기독교 전통에 따른 영혼과 육체의 이분법, 형상과 질료에 대한 신新아리스토텔레스적 관념들을 넘어섰다. 그것은 한편에는 사고와 영혼이 있는 세계와 다른 편에는 움직이는 물체가 있는 세계를 근본적으로 구별하는 데카르트의 이분법을 표현했다._164~165쪽

테레즈의 성 이야기는 교양소설Bildungsroman, 다시 말해서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 쾌락의 교육인 만큼, 철학 하기와 쾌락 찾기는 결국 철학적 향락주의로 집중될 때까지 이야기 속을 함께 달린다. 이 철학을 면밀히 연구하면 수많은 원전-데카르트, 말브랑슈, 스피노자, 홉스, 그리고 18세기 초반에 원고 상태로 나돌던 자유주의 문학 전반-에서 나온 요소가 뒤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영향은 아마 루크레티우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테레즈와 그의 선생들은 계속해서 현실을 물질의 작은 조각으로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이 감각에 작용하여 의지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그들은 인간이란 자기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쾌락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라고 묘사한다._175쪽

4장 이상향의 공상
오늘날의 독자는 이 같은 내용을 보고 적잖이 놀랄지 모른다. 우리가 미래를 상상할 때 우리는 과학기술의 경이로운 것들로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르시에의 미래에는 광선총도, 우주 기계도, 시간을 왜곡하는 텔레비전도, 어떤 형태로든 이 은하계에서 저 은하계로 가고 오는 장치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이상향은 도덕적 차원으로 이루어졌다. 그의 수사법은 도덕적 분노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처럼 그는 다른 소설가들이 독자에게 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으로 즐겨 쓰던 장치를 대부분 이용하지 않았다. 《2440년》은 단지 독자를 미래의 파리로 데려가기 때문에, 그의 정서가 개입할 수 있는 줄거리나 그가 신분을 확인해줄 수 있는 인물들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오늘날에는 생각할 수 없을 책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국적인 묘사로써 독자의 눈길을 끈 다음 각주를 활용하여 교화하는 방법이다._202~203쪽

루소와 마찬가지로 메르시에도 정치와 종교를 뗄 수 없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시민의 축제는 하느님과 조국에게 시민이 더욱 헌신하도록 만들어준다. 가정을 가까이에서 지키고,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루소풍의 교육법을 적용하는 어머니들은 확실히 자기 아들을 에밀처럼 꽃피울 수 있다. 학교와 성전은 젊은 남성의 교육을 완성해준다. 따라서 그들이 어른이 될 때, 개인적인 욕망이 일반의지와 조화를 이룬다. 메르시에는 루소의 생각을 정확히 따르고 있다. 법이란 ‘일반의지의 표현’이며, 주권은 인민의 손에 남아 있다. 그러나 일반의지는 근본적으로 전체 사회의 복지에 관한 도덕적 합의이기 때문에, 실제 정부의 형태는 비교적 중요하지 않다. 안내자는 정부의 형태란 ‘군주정도 민주정도 귀족정도 아니며, 그것은 인간에게 적합한 합리적인 형태’라고 설명해준다._212~213쪽

5장 정치적 욕설
《뒤바리 백작부인에 관한 일화》는 외교 문제를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황금마차와 도박으로 국고에서 수백만 리브르가 흘러나갔다고 한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적자에 대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종 고등법원의 폐지에 대해 말하지만, 모푸의 개혁이나 고등법원을 둘러싼 이념적 토론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정치를 다루면서 정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원칙의 문제도 다루지 않는다. 정치는 단순히 권력투쟁이며, 누가 더 사악한지 쉽게 비교할 수 없는 개인들의 각축장일 뿐이다. … 대중이 비록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뒤편으로 멀찌감치 물러나서 빵의 공급 부족과 과도한 세금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는 남자 주인공이 없다. 이것은 매춘부를 신데렐라로, 추잡한 늙은이를 매력 있는 왕자님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있다. 프랑스 왕정은 대신들의 전제주의 가운데 가장 비열한 형태로 타락했다는 것이다._243~244쪽

화자는 소식과 논평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어떤 소식이 있는지는 물론, 그 소식은 어떻게 유통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는 내용을 쌓아나가면서 논평에 대해 논평한다. 그것은 시각매체(인쇄물·포스터·낙서), 입말(농담·소문·노래), 글말(수기신문과 인쇄된 소책자) 같은 그 시대의 모든 매체를 통과했다. 그리고 그것이 《일화》에 실렸을 때, 단순히 여론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만이 아니라 여론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가에 관한 설명으로도 읽힐 수 있다. … 그는 자신이 평소 쓰던 수사학의 뒤에서 앞으로 나와 도덕적으로 난폭한 말투로 독자에게 말을 걸었을 때 자기 견해를 몇 가지 점에서 분명히 밝혔다. 그가 왕의 죽음을 자세히 말하기 시작할 때, 이렇게 외쳤다. “이제 이 타락의 시간은 끝나게 되었다.”_254쪽

3부 책이 혁명을 일으키는가?
6장 전파 대 담론
전파론자들은 널리 보급된 위대한 책, 문학사의 위대한 인간관에 도전했다. 그들은 예전의 학자들이 규범적인 고전에 집중하던 데 비해 문학의 문화 전체를 재구축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전반적인 서적 생산의 변화를 추적하고, 싸구려 책과 연감 같은 민중을 위한 장르를 연구하고, 저자뿐 아니라 출판인과 서적상의 역할도 검토하며, 수용과 독서의 조사에 착수했다. 그들이 자기네 주제를 나름대로 생각하는 가운데, 사회학자들, 각별히 피에르 부르디외,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위르겐 하버마스의 저술을 끌어들였다. 그들은 아날 학파에서 발전시킨 계량적 분석과 사회사 방법론을 즐겨 사용하면서 작업했다. 그들의 목표는 아날 학파에 속한 동료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책의 ‘전체사’를 발전시키려는 데 있었다. 한마디로 그들은 사회적·경제적·지적·정치적 역사를 한꺼번에 원했다._265쪽

한마디로, 의미는 혁명 전 담론들 속에 미리 포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혁명 과정 그 자체에 들어 있었다. 그것은 인물들의 성격, 당파, 정치적 책략의 인식, 좌파와 우파의 변하기 쉬운 범주, 그리고 주변 사회로부터 의원들에게 행사한 모든 종류의 압력과 관련되어 있었다. 담론 분석은 이러한 요인들은 물론 형식적인 사고에서 멀리 사라진 것-정서, 상상, 편견, 절대적인 가정, 집단 표상, 인식 범주, 그리고 한때 집단 정신자세의 역사를 위한 연구지침에 속했던 사고와 느낌의 전체적인 범위까지 평가해야 한다. 담론 분석론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역사에 등을 돌리면서 한물 간 사상사와 좀처럼 구별할 수 없는 견해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어려움은 정치적 갈등의 기호학적 견해를 수용하는 데서 나오지 않고, 기호학을 충분히 따르지 못한 데서 나온다. 그들은 보통사람들이 세계관을 새롭게 만드는 뒤뜰과 거리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_275~276쪽

7장 의사소통의 그물
재담과 민요는 사라지고 잊혀지기 쉬운 경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책은 이러한 주제를 인쇄물로 고정시켰다. 그리하여 그것을 보존해서 널리 퍼뜨리고 그 효과를 늘려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이 폭넓은 설득력을 가진 이야기 속에 그것을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카페에서 주고받은 일화나 불손한 혼잣말이 인쇄된 책 속에 나타나면 그 성격은 달라졌다. 인쇄물로 탈바꿈하면 실제로 그 의미가 달라졌다. 왜냐하면 책은 사소하게 보이는 요소를 섞어서 규모가 큰 서사구조 속에 집어넣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구조는 종종 철학과 역사로 들어가는 길을 열어주었다._291쪽

설사 중상비방문과 파렴치한 추문이 일부 귀족의 장서에서 특히 좋아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신들은 궁정에 관한 무례한 험담을 먹고 번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험담거리가 되는 때에도 험담을 열광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했다. 루이 15세와 루이 16세 치세 때 꾀바른 대신이었던 모르파 백작 펠리포는 자신을 겨냥한 재담을 즐겼고, 왕국에 나도는 풍자 노래와 시를 가장 많이 모았다. 독자의 반응을 평가하는 데서, ‘정치계급’은 자신을 비웃거나 적어도 자기와 같은 등급 안에서 즐겨 제물로 삼는 사람들을 비웃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에 이들이 세련된 독서를 했다고 감안하는 일은 중요하다. 일부 중상비방문 작가를 포함하는 다른 내부인도 역시 그들이 읽는 것과 믿는 것 사이에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즐겼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_294~295쪽

8장 정치적 중상비방문의 역사
중상과 선동의 독특한 결합은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정치적 중상비방문의 역사적 특징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국가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중상비방문은 국가에 손상을 입혔다. 1589년, 파리에서 가톨릭 동맹의 봉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피에르 드 레투알은 중상비방에 찬 소책자가 무성한 데 대해 놀랐다. “가장 하찮은 인쇄업자가 전하의 명예를 훼손하는 어리석은 중상비방문을 날마다 새로 인쇄해내기 위해 애를 쓴다.” … 1649년, 프롱드 난 때문에 왕국이 거의 무정부 상태에 빠졌을 때, 파리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중상비방문’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때쯤에는 이미 중상비방문의 위험을 사방에서 개탄했다. 심지어 중상비방문 작가들마저 자기네 반대자들이 중상비방문으로 자신들을 비방한다고 하면서 그 위험을 한탄했다._303쪽

근대 초 유럽의 권력은 대체로 총구에서 나오지 않았다. 군대는 대개 용병과 친위대의 몇 개 부대에 지나지 않았고, 치안 유지력은 한줌의 경찰대에 지나지 않았다. 군주는 백성에게 권위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하여 그것을 행동-대관식, 장례식, 입성식, 행렬, 축제, 불꽃놀이, 공개처형, 환자 만져주기(연주창 또는 ‘왕의 불행’을 고치는 일)-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권력의 연극적인 형식은 쉽게 모욕당할 수 있었다. 치밀한 목적을 가지고 대든다면 명성에 구멍을 내고 연극 전체를 망쳐놓을 수 있었다. 르네상스 궁정에서 살아남으려면 상대방의 말을 잘 받아치고 대꾸도 잘해야 했다. 이 같은 정치의 변종은 군주와 귀족에게 국한되었지만, 백성 앞에서 공연되었다. 그래서 연극이 산산이 부서질 때 배우들은 청중에게 호소할 수 있었다. 평민이 간섭할 수 있었으며,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우세해질 수 있었다._306쪽

9장 독자의 반응
초기 로맨틱 소설은 오늘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감상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18세기 독자에게 그것은 저항할 수 없을 만큼의 진실성으로 그들의 가슴을 울렸으며 저자와 독자, 독자와 텍스트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놓았다. 물론 앙시앵 레짐 시대에는 수많은 장르의 문학과 수많은 종류의 독자가 있었다. 그보다 앞선 시대의 부족한 식단과 비교해볼 때 18세기에 소비한 읽을거리는 무척이나 방대하게 보이기 때문에 ‘독서혁명’과 결부시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이 주장에 따르면 독서의 경험은 18세기 중엽까지 기본적으로 ‘강도 높은’ 것이었고 그 뒤로는 ‘광범위한’ 것이었다. ‘강도 높은 독서’는 소수의 작품, 특히 성경 같은 책을 거듭해서, 통상적으로 무리를 지어 큰 소리로 읽는 관행에서 나왔다. 독자가 ‘광범위한’ 독서를 시작했을 때, 특히 정기간행물과 가벼운 소설 같은 인쇄물을 광범위하게 두루 읽었으며, 한 번 읽은 것은 다시 읽지 않았다._328쪽

중상비방문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눈길을 돌려, 루이 16세를 고자로 추정하면서 놀리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성적으로 질탕한 판을 벌리고 논다고 한탄했다. 모르파 같은 사람도 이러한 종류의 비방을 웃어넘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정책을 바꾸었고, 외국에서 중상비방문을 생산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비밀 임무를 띤 조직을 운영했다. 외무대신 베르젠 백작은 런던에 있는 중상비방문 작가들을 납치하도록 비밀 요원을 파견했다. 경찰은 빈과 브뤼셀로 요원들을 보냈으며 파리의 서적상을 계속 급습했지만, 중상비방문은 억압하는 속도보다 빨리 나왔다. 그래서 “혁명 직전, 법률은 반정부 중상비방문을 제대로 근절시키지 못했다._337쪽

10장 여론
대부분의 불만은 왕의 사생활과 관련되었다. 그것은 왕이 대중과 접촉을 끊고 왕권의 핵심 의례 가운데 몇 가지를 포기했던 순간 ‘대중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1738년 이후 루이 15세가 애첩들이 궁정에서 누비고 다니도록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는 간통자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전통 방식의 화려한 고해성사와 부활절 영성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해성사와 영성체 의식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 뒤 그는 연주창에 걸린 백성을 손으로 만져주는 의식을 중단했다. … 1750년경부터 더이상 파리 입성 행사, 왕이 참석한 가운데 올리는 미사, 루브르 궁의 홀에서 환자를 만져주는 의식, 부활절에 하느님으로부터 ‘교회의 장남’을 보호한다는 재확인 행사도 없었다. 왕은 환자를 어루만지는 행사를 그만둔 뒤, 파리의 평민과 접촉을 끊게 되었다._353쪽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1부 금지된 문학과 문학시장
1장 외투 밑의 철학
2장 베스트셀러

2부 주요 작품
3장 철학적 포르노그래피
4장 이상향의 공상
5장 정치적 욕설

3부 책이 혁명을 일으키는가?
6장 전파 대 담론
7장 의사소통의 그물
8장 정치적 중상비방문의 역사
9장 독자의 반응
10장 여론

4부 ‘철학책’ 모음
ㆍ계몽사상가 테레즈
ㆍ2440년, 한 번쯤 꾸어봄직한 꿈
ㆍ뒤바리 백작부인에 관한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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