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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 (한문학자 강명관의 파격적인 허생 강독)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 (한문학자 강명관의 파격적인 허생 강독)
저자 : 강명관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판년 : 2017
ISBN : 9791160801033

책소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허생》의 진면목을 밝힌다!

연암 박지원을 실학자이자 북학파의 영수로 바라보며 《열하일기》에 수록된 고전소설 《허생》을 통해 시대착오적인 북벌론과 화이론을 비판하고, 실학·북학·상업·무역 등을 지지했다는 분석이나 조선 후기 사회가 스스로 자본주의적 근대로 나아갔다는 ‘내재적 발전론’의 단초를 찾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말처럼 《허생》은 정말 실학과 상업주의를 주장한 작품, 자본주의의 맹아를 담은 작품일까?

다른 학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색다른 주제를 연구하고, 학계의 정설과는 다른 주장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강명관 교수는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에서 《허생》이 실학과 상업주의, 자본주의적 근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파격적인 답을 내놓는다. 실제로 연암은 《북학의》 서문 등에서 특별히 상업을 장려하자는 주장이 아닌, 물화의 유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수준의 주장을 했고, 연암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에 따르면 연암은 상인을 ‘천한 직업’이라고 이야기했다.

저자는 이처럼 텍스트 안팎에서 다양한 근거들을 찾아내어 《허생》에서 상업주의를 찾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며 실학파·북학파를 지우고 동시대의 콘텍스트 속에서 진짜 허생을 읽어내고자 한다. 18세기 조선의 현실, 연암의 방대한 사유, 《열하일기》 집필 배경 등을 조망하며 《허생》의 진정한 의미는 《허생》이 실린 《옥갑야화》의 맥락 속에서 오롯이 드러나기에 《옥갑야화》전체를 강독하고 그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1. 〈허생〉은 정말 실학과 상업주의를 이야기하는가
근대적 시각의 독법에 문제를 제기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소설 〈허생〉. 연암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수록된 이 작품은 과거 고등학교 국정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지금도 독과점이나 사재기에 관한 뉴스와 함께 단골로 언급된다. 내용과 함께 〈허생〉의 주제 또한 널리 알려졌다. 〈허생〉에 관한 일반적인 작품 해설은 다음과 같다. 허생은 변 부자에게 돈을 빌려 과일과 말총을 사재기해 큰돈을 버는데, 이는 고작 1만 금에 좌우되는 조선 후기의 취약한 경제 구조를 드러낸다. 이야기 뒷부분에서 허생이 북벌을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 계책을 제안하지만 정승 이완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이는 조선 지배층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폭로한다.
〈허생〉에 관한 이러한 설명은 연암을 실학자이자 북학파의 영수로 바라보는 관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연암이 〈허생〉을 통해 시대착오적인 북벌론과 화이론을 비판하고, 실학·북학·상업·무역 등을 지지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허생〉에서 조선 후기 사회가 스스로 자본주의적 근대로 나아갔다는 ‘내재적 발전론’의 단초를 찾는 학자들도 있다. 그런데 〈허생〉은 정말 실학과 상업주의를 주장한 작품, 자본주의의 맹아를 담은 작품인가? 이 책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은 〈허생〉이 실학과 상업주의, 자본주의적 근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파격적인 답을 내놓는다.
허생은 과일과 말총을 독점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그 돈을 소유하거나 더 큰 돈을 벌고자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라의 군도들을 무인도로 옮기고 변 부자에게 빌린 돈을 갚을 뿐이다. 심지어 배를 모두 불태워 무역할 수 없는 고립된 섬을 만들고 필요 없는 돈을 바다에 버리기도 한다. 상업과 무역을 중시한다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연암은 《북학의》 서문 등에서 특별히 상업을 장려하자는 주장이 아닌, 물화의 유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수준의 주장을 한다. 연암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過庭錄)》에 따르면 연암은 상인을 ‘천한 직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처럼 텍스트 안팎에서 다양한 근거들을 찾아내어 〈허생〉에서 상업주의를 찾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반문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허생〉을 실학이라는 틀에 맞춰 해석해온 것이 아닌가? 실학이라는 개념을 지우고 동시대의 맥락에서 〈허생〉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허생〉에 대한 연구물 역시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다. 다만 수많은 논고의 해석은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실학’ 혹은 ‘실학자’ 박지원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에 화이론과 북벌론 비판, 북학, 농업이 아닌 상업과 무역에 대한 지지, 벌열권력에 대한 비판 등의 해석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른바 ‘실학’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배치된 여러 해석은 ‘자본주의적 근대’로 수렴될 것이다. (중략) 나의 생각은 다르다. 〈허생〉에서 어떤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자본주의적 근대를 읽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이 작품은 ‘내재적 근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_〈머리말〉 중에서(6~7쪽)

2. 강명관, 연암에 대한 파격적 독해로 ‘진짜 허생’을 찾아내다
실학파·북학파를 지우고 동시대의 콘텍스트 속에서 읽다

이 책의 저자 강명관 교수는 다른 학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색다른 주제를 연구하고, 학계의 정설과는 다른 주장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고전과 역사에 관한 엄밀한 독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온 그가 이번에는 〈허생〉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허생〉의 진정한 의미는 〈허생〉이 실린 〈옥갑야화〉의 맥락 속에서 오롯이 드러나기에, 〈옥갑야화〉 전체를 강독하고 그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동시에 저자는 〈허생〉이 쓰인 18세기 조선의 현실, 연암의 방대한 사유, 《열하일기》 집필 배경 등을 조망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허생〉의 진면목을 밝힌다.
〈옥갑야화〉에는 총 일곱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허생〉은 제일 마지막에 소개된다. 〈허생〉에 앞서 등장하는 이야기는 보상을 바라지 않고 죽을 위기에 놓인 조선인 역관을 도운 중국 상인, 옛 주인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의 손자에게 재산을 나눠준 부자 등으로, 모두 돈보다 생명, 윤리, 공적 이익, 인간관계 등의 가치를 추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암은 이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 화폐로 인한 경제 변화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화폐에 선행하는 가치들이 있음을 말한다. 연암은 의도적으로 이 이야기들을 서두에 배치하여 〈허생〉과 함께 작품 전체의 주제를 만들어냈다.
저자는 이 같은 〈옥갑야화〉와 연암에 대한 독해에서 더 나아가 텍스트를 실마리 삼아 당대 사회·경제상을 읽을 수 있는 방대한 사료를 확인하며 조선의 현실을 분석한다. 〈옥갑야화〉 서두의 이야기들을 통해 연암이 화폐 경제의 발달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했음을 발견하고, 이것이 16~18세기 동아시아의 은 경제, 조선의 역관무역, 상평통보의 유통 등과 긴요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힌다. 당대 조선 사회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텍스트와 현실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저자의 파격적인 허생 강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연암이 〈허생〉을 통해 꿈꾼 세상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중국 상인의 신의를 저버린 역관의 행위는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던가. 그것은 예외적이거나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역관의 어떤 속성을 예각화해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략) 이런 유형의 인간은 경제적 이익을 최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역관 특유의 성격이 연장된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17세기 후반 중계무역에서 얻은 은을 기반으로 법화인 상평통보가 유통되기 시작한 것 역시 17세기 중반까지 화폐를 통한 재산 축적의 경험이 없었던 조선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조선은 무역 혹은 상업 그리고 화폐 자체를 통해 다시 화폐를 축적하는 인간 부류를 탄생시켰던 것인데, 그런 새로운 변화의 맨 앞에 선 부류가 역관이었던 셈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여전히 자급적 농업에 종사하고 있을 때 그들만은 은과 화폐가 강처럼 흐르는 화폐 경제의 흐름 속에 있었다. 이런 사회적 변화 앞에서 연암은 중국 주고의 행위에 묻어 있던 금전적 이익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 생명과 가족 같은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_〈2장 〈옥갑야화〉 서두의 6화 ― 화폐에 선행하는 가치들〉 중에서(69~72쪽)

연암은 이런 변화를 예민하게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폐로 인한 경제적 변화에 맞서 화폐에 선행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 또 한편 그것이 당위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중략) 그 가치는 윤리일 수도 있고 신의일 수도 있고 생명일 수도 있다. 그것은 경제가 전면화한 사회가 아니라, 경제가 다른 가치에 종속되는 사회여야 함을 의미하는 것일 터이다. 곧 화폐에 선행하는 가치들의 존재와 당위를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화폐에 선행하는 사회는 자신을 재구성하려는 화폐의 권력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연암이 구상한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던가.
_〈2장 〈옥갑야화〉 서두의 6화 ― 화폐에 선행하는 가치들〉 중에서(106쪽)

3. 연암, 아나키즘을 꿈꾸다!
‘허생의 섬’은 몽상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다

〈허생〉에 대한 면밀한 독해 끝에 저자가 발견한 것은 무소유, 공유, 국가 없는 사회에 대한 연암의 상상력이다. 허생은 군도들을 사람이 살지 않는 격리된 섬으로 데려간다. 당시 조선 민중에게 무인도는 국가권력이나 사족체제의 압제에서 벗어나길 염원하며 꿈꿨던 해방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허생은 자급하는 소농의 사회를 만든다. 민중에게 토지를 빼앗는 사족체제와는 달리 허생의 섬에는 지배자가 없으며 모두가 토지를 공유한다. 연암이 만든 허생의 섬은 바로 국가와 양반에게 착취당하며 살았던 조선 후기 민중이 바라던 유토피아였다.
조선 최고 명문가 출신인 연암이 꿈꾼 사회가 권력이 없는 공동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반대로 허생의 섬은 기존 사족체제의 모순을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했던 그이기에 상상할 수 있었던 공간이기도 하다. 비록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공간은 아니지만, 연암은 〈허생〉을 통해 민중이 바랐던 섬을 구현하고 그들을 초대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연암이 꿈꾼 허생의 섬을 확인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허생의 섬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화폐와 소비가 유일한 가치로 자리 잡은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허생의 섬을 상상할 수 있을까?

〈허생〉에 대한 재래의 해석이 내장하고 있는 욕망은 근대의 완성, 달리 말하자면 국가-자본의 권력이 온전하게 관철되는 사회의 구성이다. ‘서구의 근대’로 해독된 조선 후기사에서 조선은 언제나 국가-자본이 결핍된 상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국가-자본은 지나치게 충족되고 있다. 지금-이곳은 국가-자본 권력의 결핍이 아닌 충족으로, 미완성이 아닌 완성으로 인해 사회가 붕괴되고 인간의 삶이 파괴된다. 허생의 섬을 닿을 수 없는 몽상으로 해석하여 한계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거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_〈들어가는 말 〈허생〉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중에서(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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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들어가는 말 〈허생〉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1장 연암의 연행과 《열하일기》 그리고 〈옥갑야화〉
2장 〈옥갑야화〉 서두의 6화 ― 화폐에 선행하는 가치들
3장 〈허생〉 앞부분 ― 허생의 섬, 연암의 아나키즘
4장 〈허생〉 뒷부분 ― 현실로 돌아오다
5장 〈후지〉 1 ― 조계원을 통해 거듭 북벌을 비판하다
6장 〈후지〉 2 ― 이야기 출처 은폐를 위한 또 다른 책략
7장 〈차수평어〉 ― 박제가의 〈허생〉 비평
8장 조선 후기 지식인이 꿈꾼 각기 다른 세상

나가는 말 지금-이곳과 허생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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