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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유엔 보안담당관 박재현의 특별한 도전 이야기)
나는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유엔 보안담당관 박재현의 특별한 도전 이야기)
저자 : 박재현
출판사 : 공명
출판년 : 2013
ISBN : 9788997870035

책소개

스펙에 대한 강박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봐라!

유엔 보안담당관 박재현의 특별한 도전 이야기 『나는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세상이 만든 성공 공식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로 유엔 진출에 성공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세상이 자신에게 심어준 가짜 꿈들과 잘못된 성공 공식을 하나둘 발견해나가며 자신이 평생 가야할 길을 발견한 저자가 벌이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마주하게 된다.

남들이 모두 기피하는 JSA에 지원하고,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유엔을 도약의 디딤돌로 삼아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 저자의 모든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막연한 꿈과 최고의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어른이 되어서의 구체적인 꿈의 연장선에서 필연적이고 운명적으로 선택된 길을 따라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갈등과 방황, 좌절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준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 자신은 엉뚱하고 위험하고 막연한 길을 선택해왔으면서,
그가 꿈꾸는 세상은 결국 안전한 세상이었나 보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안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이때, 공명출판사에서 케냐 나이로비의 유엔 보안대 작전담당관으로 150여 명의 보안대원들을 통솔하며 1만여 명 유엔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박재현의 휴먼에세이 《나는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가 출간되었다.
“나는 박재현 군이 2년 정도 위험한 오지에서 일을 한 뒤 뉴욕본부나 아시아 지역 유엔기구로 발령을 받아 올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케냐가 대통령선거로 정국이 불안하기 때문에 일 년 더 근무하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왔다. ‘Here comes that man again!’ 역시 박재현다웠다. 자신은 엉뚱하고 위험하고 막연한 길을 선택해왔으면서, 그가 꿈꾸는 세상은 결국 안전한 세상이었나 보다.”
유엔 코피아난 ‘르완다학살 독립조사위’ 특별자문관을 역임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신화 교수가 쓴 추천사의 일부이다. 그는 이 책의 저자이자 유엔 나이로비 사무소 보안담당관인 박재현이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할 당시 은사였다. 또한 그는 이 엉뚱하고 고집 센 제자의 꿈을 한결같이 믿고 지지해주었을 뿐 아니라 진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기도 하다. 박재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한 위의 말에 이 책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박재현은 35년 남짓 살아오면서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세상의 평범한 잣대로 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다소 엉뚱하고도 무모한 선택들을 주저 없이 해왔다. 그리고 그 궤적들이 그의 인생을 만들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먼저, 카투사 교육생 시절 남들은 모두 기피하는 JSA에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히 자원한 일이 그렇고, 미국의 조지타운대에서 안보 분야 석사 과정을 밟을 당시 의용소방대에 자원하여 열정적으로 일한 것이 그렇다. 또한 유엔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뒤 한국인 출신 유엔 직원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자리인 안전보안국 정책조정국으로부터의 본부 발령 정식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운 케냐의 나이로비 보안대 사무소로 날아간 것이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다소 엉뚱하고 무모해 보이는 선택과 결정들이 우연히, 혹은 충동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막연한 꿈과 ‘최고의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어른이 되어서의 구체적인 꿈의 연장선상에서 필연적이고 운명적으로 선택된 길이었던 것이다.

■ ‘스펙’보다 ‘스펙트럼’에 집중하라

스펙(spec)은 영어 단어 ‘specification’의 준말이다. 이 단어는 원래 어떤 제품과 결합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제품 사용설명서’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구직자들 사이에서 스펙은 학력과 학점, 토익점수 등의 영어 자격증, 혹은 그 밖의 관련 자격증 등을 총칭하는 말로 굳어져 있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스펙은 마치 구직자가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성공적으로 입사하기 위한 일종의 ‘만능키’처럼 인식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이른 바 ‘스펙 만능주의’에 대해 비판하며 “‘스펙’이 아닌 ‘스펙트럼’을 보라”고 권유한다. 스펙트럼이란 무엇인가. 기계를 제작하는 과정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기계를 만드는 사람은 맨 처음 그 기계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생각해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용도에 맞는 콘셉트를 잡고 ‘스펙’을 파악한 뒤 설계 및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각자의 넓은 ‘스펙트럼’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에 맞는 자격증이나 기술 훈련 등 꼭 필요한 스펙을 갖춰가는 것이 마땅한 순서이다.
스펙과 스펙트럼의 차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해보자. ‘스펙’이란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강점이 되는 부분, 남보다 앞서는 요소, 빛나는 점만 골라내어 잘 포장한 다음 선보이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스펙트럼’은 강점은 말할 것도 없고 단점이 되는 부분, 남보다 뒤처지는 요소, 전혀 빛나지 않는 점까지 버리지 않고 좀 더 넓고 깊게 한 사람을 보는 것이며,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는 것이다. 한 사람이 가진 진정한 역량을 평가하고 잠재력을 발견해내 탄탄한 실력으로 키워가자면 ‘스펙’이라는 좁고 편협한 잣대가 아닌 ‘스펙트럼’이라는 좀 더 넓고 입체적인 잣대로 자신을 판단하고, 상대를 평가하며, 세상을 보아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최고의 학벌과 스펙부터 갖춰라’ ‘남들보다 안락한 삶을 살고 싶다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사’자 직업에 도전하라’……. 솔직히 자신도 한때는 남들처럼 스펙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적이 있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JSA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뒤 고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일 당시 한 선배의 권유로 우연히 읽게 된, 함재봉 교수가 쓴 「주자 성리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의식의 대전환을 이루고 인생의 모멘텀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후 더 이상 스펙 따위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유학을 떠나는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갔고 초등학교 2학년, 열 살의 나이로 8년 만에 돌아온 탓에 우리 말 발음이 어눌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이들로부터 이유 없이 자주 놀림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초ㆍ중ㆍ고등학교 성적도 남들에 비해 전혀 뛰어나지 않았으며, 그랬기에 재수로 어렵게 대학에 입학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대학 시절 1년여 동안 지독한 게임 중독으로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기도 했다.
전혀 내세울 만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감출 수만 있다면 감추고 싶은 이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조차 그는 자신의 인생 스토리의 소중한 일부이자 중요한 ‘스펙트럼’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런 철학과 신념,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순간에도 갈등과 방황, 좌절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스펙’에 대한 강박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좀 더 넓고 깊게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보라고 권유한다.

■ 세상이 심어준 ‘가짜 꿈’을 버리고 ‘진짜 꿈’으로 자신의 무대를 준비하라

저자는 한 대학원 선배의 권유로 우연히 읽게 된 논문 「주자 성리학」을 통해 의식의 대전환을 이루고 인생의 모멘텀을 마련하게 되기까지 10년의 지독한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이 자신 안에 심어준 ‘가짜 꿈’들과 잘못된 성공 공식을 하나둘 발견하기 시작했다. 밭에서 잡초를 뽑아내듯 그것들을 모두 뽑아내고 나자 비로소 그 앞에 자신이 평생 가야 할 길이 뚜렷이 나타났다. ‘세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
어린 시절, 소방대원의 근사한 제복과 웅장한 소방차에 매료되어 소방관을 꿈꾸고, 조금 막연하나마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의 소망이 비로소 제 궤도를 찾은 것이었다. 남들이 모두 기피하는 JSA에 선뜻 자원한 것도,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보안’ 분야 석사 과정을 밟을 당시 밤잠 못 자가며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했던 것도 모두 그런 맥락에서였다.
JSA 경험과 의용소방대원 경력은 그가 유엔에 입사할 당시 커다란 플러스 요소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흔히 말하는 일종의 ‘스펙 쌓기’나 ‘취업 전략’의 일환으로 JSA 입대를 선택하고 의용소방대에 자원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과 ‘최고의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어른이 되어서의 꿈의 연장선상에서 선택한 길이었을 뿐이다. 유엔 진출은 말하자면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 얻어진 일종의 ‘보너스’ 같은 것이었다.
유엔은 그의 꿈의 종착역이 아니다. 말하자면, ‘도약의 디딤돌’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는 이 디딤돌에서 출발하여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지구 위에 폭력과 전쟁이 사라지는 그날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 추천사

나는 오랫동안 유엔 및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만나봤다. 그들 중에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탄탄한 실력과 글로벌 마인드까지 두루 갖춘 이들도 적지 않았다. 현재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많은 인재들 중에서도 내가 특별히 박재현 군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그의 탁월한 역량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이런 젊은이를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장래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유엔 직원인 그가 보다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큰 뜻을 품고 유엔 최고의 보안 및 위기관리 전문가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 박수길 전 유엔대표부 대사, 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 현 유엔협회 세계연맹 회장

나는 박재현 군이 2년 정도 위험한 오지에서 일을 한 뒤 뉴욕본부나 아시아 지역 유엔기구로 발령을 받아 올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케냐의 정국이 불안하기 때문에 일 년 더 근무하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왔다. “Here comes that man again!” 역시 박재현다웠다. 자신은 엉뚱하고 위험하고 막연한 길을 선택해왔으면서, 그가 꿈꾸는 세상은 결국 안전한 세상이었나 보다.
― 이신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유엔 코피아난 ‘르완다학살 독립조사위’ 특별자문관

국제기구를 목표로 꿈을 키우는 수많은 젊은이들, 그러나 그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근사한 직업의 이면에 숨겨진 험하고 고된 길에 대해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박재현 씨의 열정과 신념은 절로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유엔 직원’이라는 타이틀보다 ‘안보 및 위기관리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다들 기피하는 현장에서 힘든 일들을 온 몸으로 이겨내며 ‘진정한 스펙’을 쌓아왔다. 삶에 대한 그의 고민과 실천, 남다르게 올곧은 자세와 진정성 어린 행보는 넓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손미나 전 KBS 아나운서. ≪스페인 너는 자유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저자

《책속으로 추가》


“미스터 박, 우릴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한마디로 대답하기 녹록치 않은 질문이었다. 내가 당돌하게 물었다.
“제가 그곳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먼저 알려주시겠습니까?”
“보안대 작전담당관입니다. 보안 담당직원 150여 명에 대한 일일 작전을 관리하고 지휘하는 일이죠. 사건 수사, 교육훈련, 소방, 경호까지 모든 일을 총괄하게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군요!”
“만약 미스터 박이 오퍼Offer of Appointment를 받는다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나이로비로 올 수 있습니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랬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빈틈없이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3~4개월 뒤면 갈 수 있습니다. 7월 무렵이 되겠군요.”
그렇게 비몽사몽간에 갑작스런 새벽 두 시 반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4일이 지나 드디어 내게 정식 오퍼가 왔다. 한창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블랙베리폰에 갑자기 이메일 수신 신호가 떴다. 유엔 나이로비 사무소의 인사 사무 관리관이 보낸 메일이었다.
“당신은 유엔 나이로비 사무소 초급 보안담당관으로 적합하다는 인터뷰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곳에 발령을 희망하는지 여부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뭐지? 보통 인터뷰를 하고도 3~5년은 더 기다려야 발령이 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이야.’
분명 뛸 듯이 기뻐해야 할 소식이었다. 그럼에도 순간 나는 기쁨보다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분간 버지니아 주의 알링턴 카운티Arlington County, Virginia에 정착할 생각으로 하루 스물네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숨 가쁘게 쫓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터라 그 많은 일들을 이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박사 과정이 우선 마음에 걸렸다. 다음으로 충분히 내 생활을 꾸려갈 수 있을 정도로 적지 않은 급여를 받고 있던 사립정보회사 일도 걱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던 의용소방관 일도 염려되었다. 다시 다음 기회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이 기회를 붙잡을 것인가? 무려 7일 동안이나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그러다가 의용소방관이 될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준 조지타운대 대학원 동기Laura Katzif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당연히 가야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나는 네가 그 기회를 꽉 움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알기로, 이건 유엔에서 결코 흔치 않은 기회야.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한테 정말 잘 맞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니?”
― 본문 중에서 (22-24p)

유엔 인사 관리관들 사이에서도 한국인들은 일단 뽑아놓으면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소문이 나 있다. 말하자면 유엔 내에서 한국인은 이른바 일 잘하는 민족으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장점의 이면에는 적지 않은 맹점도 도사리고 있다. 빈틈없이 잘 짜여진 틀에 익숙하다 보니 사고체계가 다소 경직된 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가끔 유엔 진출을 꿈꾸는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을 나가보면 그런 우려가 새삼 피부로 느껴진다.
“저기요. 토익이나 토플은 몇 점 이상 맞아야 해요?”
“봉사활동은 몇 시간 정도 해야 되나요?”
“인터뷰할 때 주로 어떤 질문들이 나오나요?”
“영어로 논술할 때 어떻게 쓰면 점수를 좀 더 잘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은 굳이 유엔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여느 취업 관련 특강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만큼 틀에 박힌 질문들이라는 얘기다.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궁금할 수 있겠지만…….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찾아와 귀를 기울이는 그들의 열정을 폄하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솔직히 나는 그 나이 때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알지 못한 채 끝도 없이 방황하고 다녔다. 그렇게 생각하면 관심과 열정을 갖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싸움의 반에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질문을 받아보면 고민의 질과 질문의 유형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제가 2년간 아프리카 수단에서 유니세프 자원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11년 7월에 남수단이 유엔 회원국이 됐는데, 이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요?”
“유니세프 활동 외에 유엔 직원으로서 그곳에서 제가 기여할 만한 분야를 찾고 있습니다.”
“저는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만일 당신이 저라면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준비하고 도전할 것 같은지 뭔가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내게 구체적인 가상 시나리오를 먼저 던져준다. 그런 다음 유엔 직원으로서의 생각을 듣고 싶어 한다. 이미 자기 인생의 나침반 바늘을 유엔에 맞춰놓았다. 그런 다음 자신이 가진 장점들을 어떤 식으로 살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게 될 경우, 한두 마디 오고가는 것으로 대화가 끝날 수가 없다. 묻고 질문하고, 다시 묻고 질문하고, 하는 식으로 한동안 심도 있는 대화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질문자가 스스로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166 ~ 169p)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나의 ‘독수리 5친구’들이 경희대 정문 근처의 모든 게임방들을 샅샅이 뒤진 끝에 결국 나를 찾아내어 집으로 끌고 갔다. 그때 이미 1년여 동안의 심각한 게임 중독 생활과 형편없는 식습관, 그리고 쉴새없이 줄담배를 피워댄 결과 체중이 50킬로그램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날 밤 부모님과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던 그 심각한 표정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마치 큰 죄를 짓고 판검사 앞에 서서 재판을 받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당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이 심각했던 이유가 나를 못마땅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1년여 동안의 게임방 생활 끝에 언뜻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변해버린 내 모습 때문에 충격을 받은 탓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게임 중독으로부터 나를 건져줄 구조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 재민이, 그리고 친형제와 다름없는 소중한 친구들을 실망시켰다는 사실이 내겐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그날 밤 나는 부모님께 심하게 꾸중을 들었고, 친구들로부터 모진 소리도 많이 들었다. 더 나올 눈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눈이 퉁퉁 부을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내가 그토록 크게 실망을 시키고 걱정을 끼쳐드렸음에도 부모님과 친구들은 여전히 나의 든든한 조력자로 남아 있었다. 그들은 내가 게임중독에서 헤어 나와 다시금 정상적인 생활을 찾을 수 있게 되기까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나를 격려하고 안심시켜주었다. 친구들이 우리 집을 떠나 각자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간 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오랜만에 내 방 침대에 편안히 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그때 무려 18시간도 넘게 잠을 잤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전신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해 삐쩍 마른 몸,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머리칼, 전날 밤 눈물이 말라버릴 정도로 우는 바람에 먹다 남은 라면처럼 퉁퉁 부은 눈……. 몰골이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문득 나 자신에게 미칠 듯 화가 났다. 전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던 감정도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전날 밤 친구들이 내게 들려주던 말들을 떠올리면서 어떻게 하면 이 파멸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게임방에는 일체 출입하지 않기로 굳게 다짐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통해 차츰 원래의 체중을 회복해가면서 며칠 동안 깊이 고민한 끝에 드디어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그것은 바로 ‘군 입대’였다.
― 본문 중에서 (147 ~ 150p)

스펙에 대한 강박관념은 유엔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다가 출장이나 휴가로 한국에 돌아오면 대학생이나 유엔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기회가 주어지곤 한다. 이때 수강자들이 내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영어 공부는 얼마나 해야 하나요?”, “토익·토플은 몇 점이나 받아야 하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적잖이 당혹스럽고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유엔은 서류에 기재된 영어 점수로 직원을 뽑지 않는다. 영어 논술과 장시간에 걸친 면접시험을 보기 때문에 설령 토익·토플 점수가 아무리 높다 해도 그것만으로 합격이 보장될 수는 없다. 따라서 영어만 놓고 얘기하자면, 토익이나 토플 고득점보다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과 말하기 실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거기에 더해 유엔이 가진 특성과 정체성의 측면에서 볼 때 다양한 문화와 정서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교육체제나 시스템 상 각 나라와 사회가 저마다 가진 문화의 다양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유엔 진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런 부분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보완도 필수적이다.
유엔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의 경우, 내게 획일화된 스펙의 수준을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솔직히 곤혹스럽고 난감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딱히 그들 잘못도 아니다.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과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시행해온 교육 당국자들에게 일차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대학 역시 그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스스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우리나라 교육이 길러주지 못한 탓에 외교통상부 국제기구 인사센터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들도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인 스펙에 관한 질문으로 넘쳐난다. 막연하고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정말로 당신이 유엔직원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 틀에 박힌 질문부터 바꿔보라.
유엔 진출을 꿈꾸는 많은 후배들에게서 내가 종종 발견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이 왜 유엔에 진출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동기와 그 일을 향한 열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장차 이루고자 하는 그 일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지 않고 불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설령 그 꿈을 이룬다 한들 거기에서 무슨 보람과 성취감과 행복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불꽃. 진정으로 관심이 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서라도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일이라면 가슴에 불꽃이 피어오르게 마련 아닐까. 그런 사람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과감히 용기를 내어 자신의 꿈에 도전할 것이다. 누군가 자기 대신 밥을 떠먹여주기만 기다리며 넋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하나 몸소 부딪치고 깨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나가고 차근차근 노하우를 쌓고 체계적으로 준비해갈 것이다. 왜냐하면 그 꿈을 이루고 싶은 너무도 간절한 마음이 가슴속에 불꽃을 피워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꽃은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전에는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191 ~ 193p)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추천사_ 그가 꿈꾸는 세상은 결국 안전한 세상이었나 보다
저자 서문_ 이젠 ‘스펙’보다 ‘스펙트럼’에 집중하라

1장 도약의 디딤돌, 유엔


“미스터 박, 우릴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의 첫날│You are so Korean!│처음 해보는 솜씨가 아닌데요│근무 중 규정을 위반했죠?│외교관, 그게 네가 갈 길이다│우리 아들이 잘하고 있구나│책임감이 너무 강한 거 아냐?│나의 꿈, 최고의 안보ㆍ위기관리 전문가│알렉스, 절대 잠들면 안 돼!│일에만 너무 몰두하는 거 아니니?│당신이 유엔 직원이라면 전 세계가 당신을 구하려 할 것이다│반 총장님, 저만 믿고 가시면 됩니다│유엔 사무총장의 나라 한국

2장 꼴찌소년, 유엔의 문을 두드리다

미국 촌놈, 넌 우리랑 달라│한국이 싫었던 소년│거기 더 있으면 죽을 거 같아서 데려왔어요│영어 원서의 바다에 빠지다│게임 중독의 늪에 빠져 지내던 대학 시절│판문점? 거기가 어딘 줄 알고 자원한 거니│끈기와 인내심을 가르쳐준 JSA│형, 지금 농담하는 거죠?│내 운명을 바꾼 논문 한 편│비가 올 때까지 비 오는 날을 준비한 호피족의 끈기│진정한 스펙이란 무엇인가│자랑스러운 ‘쿠니사’ 후배들│조지타운대 안보학 석사 과정에 도전하다│우린 왜 아직 싱글이지?│아직 준비가 안 됐으면 넌 안 타도 돼│Don't move. Stay right there

3장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유엔에 대한 환상은 버려라│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영어를 공부하라│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기만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키워라│현장이 중요하다. 부딪치고 깨지면서 몸으로 배워라│다양한 유엔 진출 경로 소개│유엔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