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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의혹과 통찰의 수사학
소설 의혹과 통찰의 수사학
저자 : 안미영
출판사 : 케포이북스
출판년 : 2013
ISBN : 9788994519401

책소개

『소설 의혹과 통찰의 수사학』은 이 시대를 도시사회, 피로사회, 시민사회라 명명하면서 지금 이 공간에 내재한 균열과 그것을 야기하는 문제성을 조명한 책이다. 자본주의 성장신화에 역행하는 반성장 서사를 통해 전체주의적 자본주의의 가속화에 돌을 던지는가 하면,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새로운 인간형을 탐색하기도 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소설을 묻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찾는다. 하지만 1980년대의 사람들이 소설을 읽고 소설이 원작인 영화를 봤다면 요즈음의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나서야 영화의 원작인 소설을 찾아 읽는다. ‘서사’의 무대에서 소설은 주인공의 자리를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에 내준 지 오래되었다. 분명 소설의 본질은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전부라면 화려하고 자극적이며, 문자만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상매체의 홍수 속에 소설이 숨 쉴 자리는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설을 쓰고 읽는 사람들이 있고,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울림을 그들에게 전해준다. 이는 소설이 ‘이야기’ 즉 ‘서사’의 모체이지만 이것을 넘어선 ‘다른 무언가’를 안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안미영은 두 번째로 펴낸 평론집 『소설, 의혹과 통찰의 수사학』(케포이북스, 2013)을 통해 소설의 진정한 의의와, 더 나아가 작가란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다.

도시에서 병들어가는 사람들
저자는 우리 사회를 세 가지 양상으로 구분해, 그 사회를 구현해 낸 소설들을 살펴본다. 저자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첫 번째 모습은 ‘도시사회’이다. 『말테의 수기』에서 말테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이 도시에 모여드는데, 내게는 그것이 도리어 죽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여든 도시이기에, 도시는 사람들의 욕망이 응축된 공간이고, 또한 그 욕망을 재생산해내는 공간이 된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이제 막 도시로 편입한 사람들’을 조명한다. 몸은 도시로 옮겨 왔으나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비도시인인 이들의 ‘도시를 향한 욕망’은 결국 ‘토막살인 사건’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욕망으로 점철된 이들은 ‘토막살인’보다 도시라는 체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다른 소설에서는 도시인의 연애를 그려낸다. 현대 남녀 간의 연애는 더 이상 진지하거나 성스럽고 소중한 것이 아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이제 ‘사랑’, ‘연애’를 ‘섀도우’나 ‘음식’처럼 기호의 일종으로 취급한다. 사랑이 기호가 되면서 ‘독점’은 불필요해진다. 한 남자를 둘러싼 여자들은 서로 싸우는 대신 같은 ‘취향’을 공유한 이들 간의 유대를 쌓고 서로 의지하며 가까운 ‘친구’가 된다. 이러한 세태를 작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요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병리학적 상상력’이 그 답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작가들은 병리학적 상상력을 통해 현대 도시 사회의 병리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이에 문제를 제기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사람들의 병리성 너머 ‘도시’라는 체제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소설의 예로 정이현의 단편소설을 든다. 정이현의 단편소설에는 도시에서의 삶을 안온하게 영위하기 위해 ‘가족’이라는 제도를 선택한 ‘남편’과 ‘아내’ 들이 나온다. 이들은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사건 앞에서 ‘공모자’가 되고 이 ‘공모’가 사랑 없는 가족의 ‘결속력’의 기반이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렇게 유지된 가족은 ‘도시’를 중심으로 한 사회를 재형성하고 유지하며, 공고히 하는 원동력이 된다.

끝없이 자라나야 하는 사람들
도시사회를 형성한 요소 중 하나는 자본주의이다. 삶 전체를 장악한 후기자본주의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을 착취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를 착취하게 만들었다. 후기자본주의가 이데올로기화한 ‘성장’은 무엇보다 큰 가치가 되어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 잡았고, 그 결과 사람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 한다. 끝없이 성장해야 하고, 또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현대 사회를 한병철은 ‘피로사회’라고 말했는데, 이 책은 이 ‘피로사회’를 작가들이 어떻게 파악하고, 또 어떻게 헤쳐 나가려 하는지를 ‘반성장’ 서사를 통해 살펴본다. 이 책은 먼저 ‘성장’의 의미를 묻고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에 등장하는 ‘제대로 자라나지 못한 어른’들이 후기자본주의 사회가 주창해온 성장신화의 한계와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성을 갖지 못해 무용하거나 잉여로 치부되는 이들이, 바로 이 점 때문에 역으로 자본주의의 정교한 기획과 설계를 맘껏 조롱하고 전복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어서 이 책은 ‘어린 어른’을 그려낸 청소년소설도 다룬다. 김려령의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의 주인공들은 학생이지만 학교 바깥의 세계에 노출된 사회의 신참자이다. 작가는 학교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이들의 생을 통해 청소년을 문제적 인물로 재창조했으며,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에서 ‘어린 어른’으로 변화시켰다. 이 책은 이 ‘어린 어른’이 ‘키덜트’와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하며 김려령 소설의 성취를 짚어낸 후에 청소년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내 안의 윤리
마지막으로 이 책은 소설에서 ‘시민사회’의 자유를 찾아내려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살펴보는 책은 백시종의 소설집 『돼지감자꽃』이다. 백시종의 단편소설들에는 이 사회의 시스템과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있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이들이 지금껏 자신의 삶을 얽어맸던 제도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순간을 포착해낸다. 그 순간 그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정의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불의가 되고, 불의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정의가 되는 것을 발견한다. 이 책은 백시종의 소설에 나타난 이러한 구속의 발견이 바로 “자유를 향한 도정의 첫걸음”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뒤에 윤흥길의 소설을 펼쳐 보이며 또 다른 ‘자유’를 묻는다. 윤흥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정의를 지키고자 했으나 이 때문에 사회적 ‘지위’를 빼앗기고 동시에 ‘자유’도 박탈당했다. 그러나 윤흥길 소설의 진정한 의의는 이들의 ‘불안’을 그림과 동시에 이들을 지켜보는 선량한 개인의 반성의 지점을 포착해낸다는 데 있다. 저자는 스스로가 바로 자유를 뺏긴 이들을 방관하던 ‘구경꾼’이 아니었는지를 성찰하는 작가의 자세야말로 시민사회의 정의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시민사회를 말하는 마지막 작품으로 조정래의 『오 하느님』이 제시된 이유이다. 조정래의 『오 하느님』은 강대국의 제국주의 논리에 짓밟히는 약소민족의 비애를 말하지만, 그와 동시에 21세기에도 존속하는 제국주의의 검은 손에 대해 우리 스스로 자각할 것을 요구한다. 즉 우리 역시 제국주의 논리(극단의 민족주의)를 내면화해 또 다른 약소집단을 짓밟는 검은 손일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작가이다
소설 속에 구현된 사회의 면면을 살펴보는 작업은 결국 이러한 사회에서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질문은 저자가 처음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어쩌면 소설이 처음 탄생한 순간부터 있었던 질문이고, 끝없이 반복되어온 만큼 지루하고 진부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답은 누구도 명확하게 말해내지 못했다. 소설이란 무엇이고, 작가란 무엇인가. 저자가 이에 대해 내놓은 답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소설은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제도’와 ‘체제’ 자체에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버려져 있던 혹은 묻혀 있던 삶을 역사화는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해 되살려내는 것이고, 작가들은 일상에 내재한 여러 겹의 시간 중에서 분명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 보일 수 없는 것을 걸러내고 그것의 진실성을 탐색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채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답안보다 더 소중한 진실을 건져냈다. 가장 낮은 자리, 가장 아프지만 가장 소외된 곳의 존재와 그 의의를 잊지 않고 그곳으로 향하는 눈을 감지 않는 사람들은 사실 모두 ‘작가’이며, 이런 태도야말로 끝없이 변주되고 진화하는 병리적 사회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머리말

?1부?도시사회와 감수성 딜레마

도시적 감수성과 병리학적 상상력
가족, 도시의 공모자 혹은 위장된 진정성
감수성의 변화와 친(親)자연성에 대한 회의
감수성 딜레마, 소통과 소비의 양가성

?2부?피로사회와 성장에 대한 의혹

초라한 육체와 반(反)성장 서사
피로사회에서 생동(生動)을 꿈꾸기
감정 없는 인간, 월경(越境)하는 인간
어린/젊은 어른(young adult)의 발견과 청소년소설

?3부?시민사회와 자유를 향한 도정

내 안의 자연, 자유에 대한 탐색
내 안의 정의, 자유를 소환해 내기
내 안의 윤리, 믿음직스러운 화자
인륜(人倫)과 자유,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오래된 현재, 제국주의에 대한 성찰

?4부? 소설, 의혹과 통찰의 시학

소설, 시간과의 투쟁
소설, 균열의 틈에서 소통에 대한 모색
음식, 육체의 기억과 맛있는 소설
여행, 이곳을 사유하는 또 하나의 방식
작가, 사라진 것들의 가치를 소환해 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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