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메뉴

본문

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
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
저자 : 로베르트 무질
출판사 : 워크룸프레스
출판년 : 2015
ISBN : 9788994207513

책소개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작은 풍자!

숨은 문학 작품들에 주목한「워크롬 문학총서 제안들」. 이 총서는 마땅히 소개돼야 함에도 국내 번역본이 존재하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작품들을 엄선하여, 정교한 번역으로 소개한다. 화려해지는 표지 디자인에 반해 단색 표지로 깔끔함을 더한 것이 멋스러우며, 작품의 성격에 맞게 색깔을 달리한 것도 특이점이다.

아홉 번째 작품.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인 방대한 미완성작 《특성 없는 남자》를 쓴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를 한국어판이 무질 연구자 신지영의 번역으로 만나본다.

《생전 유고》는 에세이와 단편 30편을 모아 무질이 생전에 펴낸 책이다. 《특성 없는 남자》의 에세이적이고 반어적인 문체와 다른 상태의 이념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무질이 작가로서 매진했던 바를 방대한 분량의 대작에 비해 보다 쉽게 감지할 수 있기도 하다. 이어 실린 《어리석음에 대하여》는 《생전 유고》가 나온 지 약 1년 반 뒤 출간되었던 무질의 마지막 작품으로, 연설문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인 방대한 미완성작 『특성 없는 남자』를 쓴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 한국어판이 무질 연구자 신지영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생전 유고』는 에세이와 단편 30편을 모아 무질이 생전에 펴낸 책이며, 이어 실린 「어리석음에 대하여」는 『생전 유고』가 나온 지 약 1년 반 뒤 출간되었던 무질의 마지막 작품으로, 연설문이다.

“생전”의“유고”, 『특성 없는 남자』의 축소판

왜 유고(遺稿)인가? 왜 생전(生前)인가?
작가의 유작들이 큰 선물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유고는 가게가 문을 닫을 때 하는 창고 정리나 가격 인하와 수상쩍은 유사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고가 사랑받는 것은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향하는 작가를 외면할수 없는 독자들의 밉지 않은 약점 때문이리라. 상황이야 어쨌든 간에 그리고 언제 유고가 가치가 있는가, 언제 유고가 단순한 가치 하락이 될 뿐인가 하는 질문들에서 짐작되는 바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내 유고가 출판되는 것을, 내가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막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반적으로 이치에 닿는지는 모르겠지만, 유고를 생전에 직접 출판하는 것이다.
「서문」, 『생전 유고』 중에서(본문 15쪽)

로베르트 무질은 “생전” “유고”라는 모순된 표현을 제목으로 택한 까닭을 밝히며 글을 연다. 그는 ‘죽은 사람이 생전에 써서 남긴 원고’라는 의미로 작가가 생을 마감한 후 타인의 손을 거쳐 출판되기 마련인 유고(遺稿)를, 자신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즉 생전에 직접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젊은 시절 잡지에 기고했던 에세이와 단편 중 “마지막 말들”이 될 글을 신중히 고르는 가운데, 그는 당시 집필 중이었으며 필생의 미완성 역작이었던 『특성 없는 남자』 작업의 힘겨움을 우회적으로 언급한다(“그 작품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막간 출간이 필요했다”). 이 책을 옮긴 무질 연구자 신지영 또한 마침 이때의 무질과 같은 입장에 처했다. 즉 오랜 시간 『특성 없는 남자』를 번역하던 중 그 문체, 구조, 이념이 『특성 없는 남자』의 축소판이라 할 『생전 유고』를 먼저 옮겨 펴내게 됐다.
그렇다면 『생전 유고』는 어떻게 『특성 없는 남자』의 축소판이 되는가?

『특성 없는 남자』는 작가 무질의 삶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제1권(1931년)과 제2권(부분 출판, 1932년)을 낸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소설에 매달려 있던 그는 1935년 그동안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펴낼 것을 제안받는다. 절박한 상황에서 무질은 『생전 유고』 출판을 결심한다. 즉 『생전 유고』는 『특성 없는 남자』 집필이 야기한 경제적 어려움의 산물로, 5년간의 제1차 세계대전 종군을 끝낸 후 매체에 글을 실어 먹고살았던 무질이 (『특성 없는 남자)를 본격 집필하던) 1920년대에 발표한 글들이다.
『생전 유고』는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남다른 관찰력이 두드러지는 스케치 ‘그림들’(14편), 예리한 비판이 더해진 에세이 ‘비호의적 고찰들’(11편), 풍자적 성격의 ‘이야기 아닌 이야기들’(4편), 그리고 별도의 이야기인 ‘지빠귀’(1편). 각 글은 별개로 쓰였지만, 무질은 이 글들을 선별하고 구성하면서 하나의 구조를 이루고자 했다. 옮긴이의 지적대로, “관찰, 에세이, 이야기 아닌 이야기들에 이어 진짜 이야기로 발전하는 이 책의 구조가 점, 선, 면에 이어 공간으로 발전하는 파울 클레의 회화적인 사고를 문학적으로 옮겨놓은 것”이라는 어느 무질 연구자의 견해가 설득력 있는 이유다. 그리고 『생전 유고』의 이러한 구조는 『특성 없는 남자』와 닮은꼴이다.

잉에보르크 바흐만은 무질의 대작 『특성 없는 남자』를 “날카로운 관찰, 치명적인 비판, 탁월한 풍자” 그리고 “다른 상태”라는 말로 특징지은 바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는 모두 『생전 유고』의 특징들이기도 하다. (『생전 유고)에 실린) 「성격 없는 인간」의 ‘성격 없음’이라는 모티프는 그대로 “특성 없는” 남자라는 소설의 기본 구상으로 반영되고 「지빠귀」의 세 이야기의 내용인 “다른 상태”는 『특성 없는 남자』 제2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조상으로도 관찰, 에세이, 풍자 그리고 “다른 상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생전 유고』는 역시 에세이적인 비판과 풍자로 이루어진 1부와 진지한 삶의 시도인 2부로 이루어진 『특성 없는 남자』의 축소판이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특성 없는 남자』의 에세이적이고 반어적인 문체와 “다른 상태”의 이념을 그대로 담고 있는 『생전 유고』는, 무질이 작가로서 매진했던 바를 방대한 분량의 대작에 비해 보다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생전 유고』가 나온 지 2년 후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병합되던 1938년 3월, 무질의 책은 독일에 이어 오스트리아에서도 금서로 지정된다. 그는 무일푼으로 스위스로 망명해 후원에 기대 살다가 1942년 4월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결국 『특성 없는 남자』는 미완성으로 남았고 우리에게는 『생전 유고』가 남았다.

“어리석음”에 대항하는“관찰자”

그렇다면 무질이 밝힌 바, (‘[그림/글]쟁이’와 구별되는) ‘작가’, ‘천재’는 어떤 사람일까? 『생전 유고』 두 번째 장 ‘비호의적 고찰들’의 에세이들은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무질의 입장을 담고 있다. 이 중 「망원경으로 보라」에서 무질은 “보통 때에는 망원경으로 보지 않는 것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우리는 사물들을 항상 그 주변 환경들과 함께 보며 습관적으로 그것을 그 안에서 의미하는 그것으로 간주”하지만, “일단 그 환경에서 벗어나면 그것들은 천지창조 이후 첫날, 현상들이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전에 그랬을 것처럼 이해할 수 없고 끔찍”해지고, “모든 것은 더 분명해지고 더 확대되지만, 무엇보다도 더 근원적이 되고 더 악마적이” 된다.
“익숙한 연관성을 해체하고 실제의 연관성을 발견하는” 이러한 망원경의 천재성이 예술에 필요한 까닭은, 그것이 예술이 보여주는 여러 ‘어리석음’에 대항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생전 유고』에 뒤이어 실린 연설문 「어리석음에 대하여」에서 무질은 “똑같은 이야기들과 체험들을 수백만 번 이야기하는”, 즉 베껴 쓰고 바꿔 쓰는 글쟁이들의 문학 그리고 삶과 체험이 빠져버린 개념적 사고의 결과인 ‘키치’를 예술이 보여주는 어리석음 중 하나로 꼽는다. 이것들은 기존의 것을 재생산해낼 뿐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지 못한다. 새로운 것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체험을 기존의 연관성에서 벗어나 관찰해야 한다. 무질은 그 방법으로 망원경을 추천한다. 망원경의 시선 아래 익숙한 것들은 낯설어지고, 세상은 “천지창조 이후 첫날”로 돌아가기에.
이러한 ‘망원경의 시선’은 무질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관찰 방법으로, ‘관찰자’ 무질의 근원은 그 독특한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군사학교에 이어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대에 다니다 베를린 대학에서 전공으로 철학과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물리학과 수학을 택해 공학, 수학, 물리학을 두루 접한 작가 무질은 인간과 삶, 영혼의 문제를 자연과학적인 정확한 시선으로 관찰해왔다.
『생전 유고』 서문에서 무질은 다음과 같이 짐짓 무심히 밝힌다. “무심하게 제시되어 있는 작은 특징들에서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기다리는’ 감정들에 몸을 맡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선견지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감정들은 터져 나오는 그 순간까지 ‘아무 할 말이 없는’ 듯 보이고 우리가 행하는 것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속에서 악의 없이 표현된다.” 작은 특징들, 아무 할 말이 없는 듯 보이는 감정들은 작가 무질의 시선 아래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작은 풍자”로 거듭난다.

나는 이 작은 풍자들의 초시대성에 건 용기를 결국 괴테의 문장에서 얻었다. 그 문장을, 그것이 담고 있는 진리를 해치지 않고 이 목적에 맞게 의역하면 다음과 같다. “잘못 처리된 한 가지 일에서 우리는 잘못 처리된 만사에 대한 비유를 본다.” 이 문장은 작은 실수에 대한 비판이 훨씬 더 큰 실수가 저질러지는 시대에도 가치를 잃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준다.
「서문」, 『생전 유고』 중에서(본문 18쪽)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생전 유고

서문

I. 그림들
파리잡이 끈끈이
원숭이 섬
발트해 연안의 어부들
인플레이션
말이 웃을 수 있을까?
깨어난 남자
양들을 달리 보다
석관 뚜껑
토끼의 파국

밝은 귀
슬로베니아의 마을 장례식
소녀들과 영웅들
다시없을 여관

II. 비호의적 고찰들
검은 마법
문과 대문
기념 조형물
그림쟁이
문화 문제
수많은 작가와 사상가 사이에서
예술 기념제
망원경으로 보라
여기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숲이여, 누가 너를……?
위협당하는 오이디푸스

III. 이야기 아닌 이야기들
거인 아고아크
성격 없는 인간
세 개의 세기에서 나온 하나의 이야기
동화

IV. 지빠귀

어리석음에 대하여

옮긴이의 글
로베르트 무질 연보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