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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연습
상실 연습
저자 : 아가타 투진스카
출판사 : 다른세상
출판년 : 2011
ISBN : 9788977661363

책소개

아가타 투진스카의『상실연습』. 이 책은 당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러브레터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함께 늙고 싶었던 남자가 죽을병에 걸렸다. 가차 없는 선고였다. 전조는 없었다.……희망도 없었다. 우리를 지키려면 사랑을 말해야 했다. 우리는 싸우기로 했다, 같이 있기로 했다.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당신을 잃는다는 것. 그건 결국, 당신을 더욱 사랑하는 일-.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서둘러 사랑하라, 사람들은 너무 빨리 떠나 버린다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이 책은 ‘상실’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어려운 단어와 ‘연습’이라는 쉽고 흔한 단어를 통해 제목만으로 우리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한 연인이 상실을 연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책, 《상실 연습》은 우리가 잊고 지낸, 혹은 애써 외면했던 가장 중요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누구에게든 상실의 순간은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부모, 형제, 친구, 친지, 사랑하는 연인……. 우리 곁에 있는 이들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혹은 우리가 먼저 그들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간을 영원히 펑펑 쓸 수 있을 것처럼 산다.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해야 할 시간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한다. 이 책의 저자 아가타 투진스카와 그녀의 연인 헨릭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어판에 붙이는 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어느 폴란드 시인이 썼듯이, 사람들은 너무 빨리 떠나 버리니까 서둘러 사랑하라는 한마디…….” 아가타 투진스카가 고통을 되새기면서까지 상실의 과정을 글로 남긴 이유는 다른 이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상실의 과정은 피할 수 없다. 언제든, 예고 없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무엇이 중요한지, 삶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사람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이 책은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만으로도 우리는 어제보다 값진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상실을 위해 희망을 가꾼다

촉망 받는 소설가로 우뚝 선 한 여자와 그녀의 전부였던 한 남자. 겨우 행복으로 나아가려는 연인 앞에 예기치 않은 선고가 떨어진다. 일말의 희망도 품을 수 없는, 잔인하고 차가운 선고가…….
선고가 내려진 후, 두 사람이 시간은 정지한다. 연인 앞에는 부단한 상실의 과정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나누었던 일들, 함께 와인을 마시고, 호숫가를 거니는 일은 더 이상 불가능했다. 겨울이면 스키를 타러 가고 전 세계를 함께 누비던 연인은 좁은 방 안에 갇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언제나 그녀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던 남자는 이제 그녀를 안아 주는 일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다.
힘의 상실, 몸의 상실. 계속되는 상실 연습. 하지만 두 사람은 절망하거나 저항하지 않는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며 원망하는 대신 그들은 그것들을 배워 나간다. 누구에게든 상실의 순간은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헨릭과 아가타는 아직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고, 사랑을 속삭인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과거를 추억하고, 좋아하는 시를 읊는다. 그것들이 상실의 옷자락을 파고들어 두 사람을 존속시키는 무언가를 끄집어낸다. 그녀는 상실의 순간을 위해 희망을 가꾸어 나간다.

이 책은 당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러브 레터이다

돌이킬 수 없는 선고가 떨어진 후, 헨릭은 다짐한다. “당신을 위해서 이겨낼 거야. 믿어도 돼. 각오는 됐어, 난 견딜 거야,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어.” 아가타는 그의 싸움에 동참하기로 결심한다. 오직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헨릭은 점차 변해 갔다. 전 세계를 제 집처럼 누비고, 잡지 첫 표지를 장식할 것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여러 개의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던 남자는 사라지고 대신 다른 헨릭이 그곳에 있었다. 묻어 두었던 과거의 기억에 눈물 흘리고, 어린아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그녀를 찾고, 보잘 것 없이 변한, 종종 그녀마저 잊어버리는 남자가.
상실의 과정은 그를 변하게 했지만 동시에 사랑의 다른 이름을 비춰 주었다. 늘 그녀를 안아 주고 지켜 주었던 남자를 이번에는 그녀가 두 팔 벌려 포옹한다. 시련 앞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결국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의 사랑의 실록이다.

한 소설가의 내밀한 고백

한국어판에 붙이는 글에서 아가타 투진스카는 이 작품을 삶의 한 시기를 고스란히 받아쓴 글이라고 소개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서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가끔, 오직 자서전만이 문학의 영역에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아가타 투진스카가 겪은 절망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여태껏 자신을 지탱해 온 말이 얼마나 무력한지 처음으로 깨닫는다. 제일 먼저 현실을 파악하고 그녀를 안심시켰어야 할 말은 너무 먼 곳에 있었다. 그녀는 말에게 배반당하고 버려지고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간의 일을 전부 표현하기에 말은 역부족이었다.
무려 아홉 달 동안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 그녀는 힘겹게 다시 펜을 잡는다. 그리고 내밀한 고백을 털어놓는다. 그 속에는 숱한 과거의 기억들이,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비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바르샤바, 유태인 가족, 전쟁, 학살 그리고 그녀와 헨릭을 구원한 문학. 《상실 연습》은 아가타 투진스카의 내밀한 일기이다. 이 작품을 읽는 일은 한 사람의 마음을 가로지르는 여행과 같다.

상실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삶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오는가?

아가타 투진스카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아름다운 사내가 있었음을, 방향을 잃은 두 사람의 삶을 지탱해 준 친구들이 있었음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치열하게 사랑했음을 기록한다. 이 책은 그녀가 헨릭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러브 레터이며, 동시에 삶에 대한 반성과 후회의 고백이기도 하다.
“죽음은 예고 없이 아무 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날처럼 오늘을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는 더 신중하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뭐가 중요하고, 뭐가 에너지를 낭비할 가치가 없는 일인지 헤아리며 살려고 합니다. 마지막 청산의 날은 많이 남은 게 아니니까요.”
한국어판에 붙이는 글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단 한 순간도 흘려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고. 모든 상실의 과정을 거친 아가타 투진스카의 한마디는 우리의 가슴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해외 서평]
아가타 투진스카의 시선은 정확하며, 하찮은 것들도 털어놓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 시선은 세세한 사항들부터 뜻밖의 사항들까지 남김없이 추적해, 그것들로부터 고백을 받아낸다. 줄곧 침묵하고 있었거나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던 그 고백들은 그녀의 시선이 아니었더라면 영원히 묻혔으리라. 대답이 없는 줄 알면서도 던져지는 질문들, 새삼 뒤져내야 할 오래된 문서들, 굴절되어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궤도 등은 때때로 저 파트릭 모디아노를 연상시킨다.


여러 장의 지도와 사진을 한 탁자 위에 늘어놓아 완성시킨 그림 같은 작품. 더없이 섬세한 정신적?철학적 여정을 따라가는, 개인의 역사와 집단의 역사가 복잡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아가타 투진스카는 감춰진 뭔가를, 슈테판 츠바이크의 표현을 빌리면 ‘어제의 세계’, 말하자면 오늘의 삶 속에 노출되기에는 너무 많은 고통이 깃들인 세계에서 온 무언가를 꾸준히 발굴해 왔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