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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담 (동아시아의 군주론, 일본의 근대를 열다)
정담 (동아시아의 군주론, 일본의 근대를 열다)
저자 : 오규 소라이
출판사 : 서해문집
출판년 : 2020
ISBN : 9788974830267

책소개

‘동아시아 고전 시리즈’는 동아시아 지성사의 숨겨진, 그러나 가장 매혹적인 텍스트를 소개한다. 30년간 역사ㆍ고전 출판에 천착해온 서해문집이 공들여 채집한 이 시리즈는, 수 세기 앞을 내다본 원전의 통찰과 격조 있는 번역에 힘입어, 동아시아적 보편과 각국의 특수가 부딪히고 스미는 근사한 지적 풍경을 그려 보인다. 오규 소라이의 《정담》을 시작으로, 일본 자본주의와 장인정신의 원류가 담긴 《도비문답》, 근대 일본의 이념적 뿌리인 난학의 발전과정을 채록한 《난학사시》가 출간된다.

《정담》은 ‘동아시아의 군주론’으로 불리는 에도시대 일본의 고전으로, 최고권력자인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의 요청으로 대학자 오규 소라이가 집필한 ‘현실정치 이야기’다. 주자학의 고답적 공리공담을 벗어나 현실에 바짝 다가선 ‘지식인적 유학자’ 소라이는 ‘정치와 도덕의 분리’로 대표되는 그의 ‘근대적 정견’들을 이 책에 빼곡히 담아냈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이 “조선 성리학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다”며 한탄한 바 있는 ‘소라이학(學)’의 정수가 바로 《정담》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중세를 완성하고 근대를 열어젖힌
동아시아의 ‘정치 이야기’

일본사를 바꾼
한 통의 상소

1703년 정월 그믐밤 에도성, 47인의 사무라이가 도쿠가와 막부 직속 고관인 키라 요시히사의 저택을 습격했다. 두 해 전 키라와의 갈등 끝에 목숨을 잃은 다이묘(영주) 아사노 나가노리의 가신들이었다. 일대 복수극이 벌어졌고, 키라 일가를 포함한 저택 식솔들은 모조리 살해됐다.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학살이었지만 문제는 당시 일본이 무사도를 숭상하는 국가라는 점이었다. 에도의 조야는 목숨 걸고 주군의 복수를 감행한 가신들의 ‘사무라이 정신’을 칭송하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죄인들을 몰래 숨겨주고 먹여주겠다는 이들이 줄을 이었고, 막부는 사건의 처분을 놓고 고민에 빠진다. 이때 올라온 한 통의 상소.

“가신들의 복수는 의롭고 충성스러운 행위입니다. 그런 한편 막부의 법 또한 엄연하며 무겁습니다. 무사도는 기리어 마땅하나 사사로운 의리가 막부의 질서를 뛰어넘어서는 안 됩니다. 충의를 다했다는 이유로 법을 어긴 자를 처벌하지 못하면 천하의 법도가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죄를 물어 사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화려하게 핀 무사들을 아름답게 지게 해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는 이 상소를 채택해 사무라이들에게 할복을 명한다. 300년 에도 시대의 최대 논쟁으로 기록된 이 사건(일명 ‘주신구라’)을 사적 의리(무사도)와 공적 질서(법치)의 충돌로 명쾌하게 정리하고, 법치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시대의 전환을 끌어낸 상소문의 주인공은 정치사상가 오규 소라이(荻生?徠, 1666~1728)다.

일본사 최고의 지식인,
정치와 도덕을 분리하다

오규 소라이는 에도 시대(1603~1868)의 사상가이다. 쇼군의 건강을 책임지는 어의의 아들로 태어난 소라이는, 부친이 탄핵과 유배를 당하면서 소년-청년기를 벽지에서 보냈고, 그곳에서 기층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생생히 목도했다. 그는 이때의 경험이 당대의 유학자-정치인들과 ‘다른 생각’을 품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한다.
소라이는 무엇보다 기존 성리학(주자학)의 형이상학적 담론을 “억측에 기반한 요설”이라 신랄하게 비판하며, 가시적이고 경험론적인 실천윤리와 그 작동기제로서 정치를 강조했다. 요컨대 관념보다 현실을 우선함으로써 정치에서 도덕을 분리해낸 것이다. 유학자로 출발해 기존 유학을 혁파한 이런 신선한 학풍은 ‘소라이학’으로 명명되며 일가를 이루었고, 바다 건너 조선에까지 이름을 떨치게 된다. 실제로 한 세대 뒤 조선의 탈주자학-반주자학 흐름을 주도한 정약용은 소라이학을 두고 ‘찬란한 문체’라는 최량의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시공을 초월한
‘현실정치 이야기’

학자로서 성가를 높이던 소라이는 당대의 실력자 야나기사와 요시아스의 가신으로 발탁되어 현실정치에 발을 들인다. 앞서 소개한 주신구라 사건이 이 시기의 일로, 그는 부모를 버린 자를 벌하는 대신 패륜의 직접 원인인 빈곤을 초래-방조한 정치인의 죄를 묻는 등, 파격적인 주장을 거듭하며 주자학의 도덕관념에 젖어 있던 정가에 파급을 일으켰다.
만년에 이른 소라이는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의 정치적 조언자로 자리매김한다. 《정담》은 이 시기 쇼군의 자문에 응한 소라이의 정견을 묶은 것이다. 소라이의 유작이자 그의 세계관과 학문적 방법론의 정점에 위치한 작품이지만, 최고 권력자를 위한 비밀스런 조언이 담긴 만큼 탈고 즉시 봉인되었고, 세간에 상재된 것은 메이지유신이 일어나던 1868년에 이르러서였다. 최초로 공개될 때 이미 150년 전의 생각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소라이가 제시한 정치-경제-사회질서 분야의 개혁안과 그 정책을 실행할 인재의 등용과 처우에 관한 전방위적 통찰들은, 한 세기 반 넘는 시간의 풍화를 넉넉히 견뎌내며 막 근대로 진입하던 일본사회를 다시 한번 크게 격동시켰다.
그렇다면 또 한 번의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어떨까? 소라이와 《정담》을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에 견준 바 있는 20세기 일본 정치학계의 덴노(천황) 마루야마 마사오는 대표작 《일본 정치사상사 연구》에서, 소라이가 “일본의 근대를 개척”하고 “정치를 발견”했다고 진단함으로써 이 동아시아 클래식의 시효와 지평을 현대로까지 확장해낸 바 있다. 가까운 시일에 마루야마의 평가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 같다. 《정담》은 여전히 쓸모 있는 ‘현실정치 이야기’인 셈이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옮긴이 서문 ㆍ 4

1부 정치에 관하여 ㆍ 19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적인 방법 | 에도 시가지와 무사의 거주지 관리 | 계약직 하인 관리 | 여행자의 체류에 대한 관리 | 호적 | 여행증명서 | 실직한 무사와 수도승 관리 | 기녀, 배우 그리고 거지 관리 | 세습 하인 | 무사의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 | 해상교통 관리

2부 경제에 관하여 ㆍ 113
경제정책의 중요성 | 조급한 경향의 풍습을 바꿔야 한다 | 예법제도가 없다 | 막부의 재정 | 영주의 빈곤을 구제하는 방법 | 무사의 빈곤을 구제하는 방법 | 물가 문제 | 금은화의 수량 감소 | 금전의 대차거래 | 예법제도 | 무가의 미곡 저장

3부 관리의 등용과 처우에 관하여 ㆍ 201
관리의 처우와 직위, 봉록 그리고 위계 | 사등관제도 도입 | 관리의 조직과 직무 분담 | 관리의 재능을 판별하는 일 | 대관의 직책 | 하타모토 등 관리의 인재 등용 | 관리는 기량 있는 자를 선발해야 한다 | 근무 시간은 여유가 있어야 한다 | 관직은 문무의 구별이 있어야 한다

4부 사회질서에 관하여 ㆍ 275
경비병의 행동에 대한 제약 | 법령을 통일해야 한다 | 양자 | 몰락한 영주의 가신은 향사로 삼아야 한다 | 규모가 큰 영지는 분할해야 한다 |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가풍에 따라야 한다 | 귀천에 상관없는 여자의 일 | 첩에 대한 호칭 | 첩을 부인으로 삼는 일 | 첩을 숨기는 일 | 밀고 | 싸움 당사자의 쌍방 처벌 | 도박 | 강도 | 천주교도 문제 | 농지 매매 | 막부 서고의 서적 | 학문 | 유학자 | 의사

마치면서 ㆍ 330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