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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패티김
그녀 패티김
저자 : 패티김|조영남
출판사 : 돌베개
출판년 : 2012
ISBN : 9788971994832

책소개

언제나 최고의 가수였던 패티김이 들려주는 한 편의 드라마!

조영남이 묻고, 패티김이 이야기한 패티김의 노래와 삶『그녀, 패티김』. 2012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 패티김의 55년간의 가수 패티김, 74년간의 인간 김혜자의 삶과 일상을 오롯이 담은 자서전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담금질하며 꿈꾸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성취해 온 패티김이 가수로 데뷔하던 미8군 무대의 이야기, 해방 이후 진출했던 일본과 미국에서의 나날들을 통해 개인사를 뛰어넘어 우리 대중가요의 역사와도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가수로써의 인생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와는 다른 매력으로 패티김을 빛나게 하는 한없이 여린 엄마이자, 너그러운 할머니로써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1960년대 후반부터의 한국 대중가요사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들과 저자의 코멘트를 함께 수록하여 잊혀진 풍경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사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음악평론가 신현준 교수의 글을 통해 패티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들어볼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삶 전체가 열정 그 자체였던
패티김, 그녀의 55년 노래 이야기, 74년 인생 이야기!

가수 패티김에 대해서 어떤 수식을 붙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압도적인 가창력, 화려한 무대 매너, 주어진 것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꿈꾸고 이뤄낸 열정. 패티김은 우리 한국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존재이자 그 자체로 반세기 우리 가요사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그녀가 지난 2월 15일 54년여의 가수 생활을 마치겠노라,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의 이유는 분명하다. 최고의 가수로, 최고의 모습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싶다는 것.
은퇴를 결심한 뒤 그녀는 오랜 세월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의 애정에 답하고 싶었다. 그런 그녀가 결정한 선물은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 오랜 세월 현역 가수로 활동해온 그녀이기에 책을 내자는 제안을 무수히 받아왔을 터. 그런 모든 제안을 거절해온 그녀가 은퇴를 앞두고 마침내 생애 최초로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로 했다. 『그녀, 패티김』은 언제나 최고의 가수였던 패티김 그녀가 최초로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들려주는 육성의 기록이다.

Ⅰ. 출간의 배경과 특징
“조영남, 나 2012년에 은퇴한다. 거기에 맞춰 책을 낼 건데, 네가 좀 맡아줘!”

가수 조영남은 2011년 여름, ‘하늘 같은’ 선배 패티김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패티김이 은퇴를 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의 은퇴 소식도 놀라운데 자서전을 써달라는 부탁까지 받게 된다. 패티김이 은퇴를 결심하고 그 결정을 거의 최초로 알린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조영남은 선배의 부탁을 흔쾌하게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완벽주의자 패티김과 자유주의자 조영남의 가수 패티김과 김혜자의 인생을 책 한 권에 담아내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너랑 내가 책을 내는 건데, 재미있는 책이 되어야 하지 않겠니?”
2011년 8월 말부터 본격적인 취재와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패티김의 인생사는 들을수록 흥미진진했다. 그녀의 인생사와 겹쳐지는 한국 대중가요사의 지난 풍경을 떠올려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게다가 패티김은 생각보다 말을 잘했다. 조리 있게, 또박또박. 때로는 엄격하고 단호하게, 때로는 귀엽고 ‘띨띨’하게. 조영남은 생각했다. 인터뷰를 해서 조영남식으로 글을 쓰는 것보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재구성해서 책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패티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처럼 어투를 최대한 생생하게 살리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그래서 원고의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방송을 통해 익숙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만드는 걸로. 그렇게 하여 이 책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방식으로 정리되었고, 책이 나온 지금, 그때의 판단이 옳았다고 조영남은 생각한다.

“흔한 책은 싫어, 최고로 멋진 책을 만들어줘!”
유명 연예인의 인생을 다룬 자서전은 많고도 많다. 그렇다면 평생 최고만을 고집하며 최고의 무대를 지켜온 패티김의 인생을 담아내는 책에 어떤 특징을 담을 것인가. 조영남은 이 책을 단순히 한 가수의 개인사만을 잔뜩 담아내는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패티김의 인생은 한 사람의 개인사를 뛰어넘어 우리 대중가요의 역사와도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처음 가수로 데뷔하던 미8군 무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당시 우리 가요의 최초를 이끌어낸 대중가요의 최전선에 함께 서 있던 다른 가수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그녀가 해방 이후 최초로 진출했던 일본과 미국에서의 나날들을 보고 있자면 지금 전세계를 달구고 있는 한류 열풍과 비교하여 격세지감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전세계의 무대에 나가는 것이 꿈으로만 느껴지던 시절, 이미 그녀는 글로벌한 무대에 적극적으로 서왔고 늘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고, 성취했다. 그런 도전과 성취는 그녀 혼자만의 자랑스러운 회고를 넘어 우리 가요사의 도전과 성취의 역사이자, 뒤를 이은 후배들에게 길이 되어주곤 했다. 조영남은 바로 이러한 의미와 가치를 이 책 『그녀, 패티김』에 오롯이 담았다. 다시 말해 이 책은 한 개인의 일생사에서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과 함께 지난 우리 한국대중가요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유용한 매개체이다.

“이런 이야기는 좀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이 책에서 또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본문 하단을 촘촘하게 채운 각주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패티김의 인생사는 개인의 기록을 넘어 당시 시대를 엿보게 해주는 의미 있는 매개가 된다. 그러자면 패티김이 데뷔를 하고, 무대에 서고, 최고의 가수로서 활동하던 당시의 상황을 좀더 상세하게 보충해줄 설명이 필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패티김과 대화를 나누며 때로는 대화의 상대로서, 또는 관찰자로서 패티김을 바라보는 조영남의 시선 역시 책에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만들어낸 장치가 바로 일반 자서전류에서 보기 힘든 각주이다. 약 271개의 각주에는 1960년대 후반부터의 한국 대중가요사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들이 포진되어 있다. 독자들은 이 각주를 통해 잊혀진 풍경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사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재치 있고 흥미로운 조영남의 코멘트가 주는 읽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조영남, 우리 참 오래도 보고 지냈다. 그렇지 않니?”
“누이는 가수로서 저의 완벽한 롤모델이에요, 은퇴하는 방식만 빼놓고!”

패티김과 조영남의 우정은 세상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은퇴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린 동료가 바로 조영남이라는 사실은 패티김이 조영남을 얼마나 가깝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드러낸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대중음악계 한복판에 함께 서 있던 가수이자, 동료애를 넘어선 진솔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이기도 하다. 조영남에게 패티김은 하늘 같은 선배이자, 가수로서의 롤모델이며, 패티김에게 조영남은 언제나 맘 편히 놀릴 수 있고, 잔소리를 맘껏 할 수 있는 사랑하고 아끼는 후배이다. 『그녀, 패티김』 곳곳에 등장하는,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속 깊은 이야기를 서로 털어놓는 장면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진솔한 우정을 저절로 느끼게 해준다. 한두 해가 아닌 벌써 몇십 년의 세월 동안 쌓아온 패티김, 조영남 두 사람의 우정이 빚어내는 깊은 교감의 풍경은 부침이 잦은 대한민국 연예계의 현실을 떠올릴 때 그것 자체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패티김을 연인이라 부르고 싶어진다. 그러나 연인 패티김은 연애가 아닌 연모의 대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의 맨 뒤에는 음악평론가 신현준 교수(『한국팝의 고고학 1960, 1970』저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가 이 책을 읽고 나서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 이어진다. 이 글에서 그는 국경을 넘나들었던 패티김의 이동성에 주목하고, 그녀를 1960년대 ‘근대’와 ‘도시’의 첨단적 아이콘으로 정의한다. 아울러 그녀가 1960년대와 70년대를 아우르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며, 여전히 그녀의 존재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글 속에서 패티김은 대중음악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가수의 전형을 벗어나 그녀만의 유일하고 독특한 지점을 획득한 가수로 정의된다. 아울러 『그녀, 패티김』을 읽고 나면 패티김을 연인으로 부르고 싶어지되, 그 사랑의 감정은 연모의 감정에 가깝노라 서술하고 있다. 패티김을 사랑하되 옆에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우러러 바라보는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Ⅱ. 주요 내용

1. 54년 패티김의 풀스토리, 74년 김혜자의 풀스토리

스무 살을 갓 넘긴 1968년 패티김의 가수 인생은 시작된다. 미8군 무대에서 데뷔를 한 그녀는 열화와 같은 관객의 환호성을 접한 첫무대에서 평생을 가수로 살겠노라, 결심한다. 그뒤로 54년이 흘렀다. 그동안 그녀는 우리나라에 밀려드는 서양 대중음악의 최전선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가수로서 무대에 올랐고, 한국 땅에서 일본으로, 다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무대를 넓혀갔다.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지금처럼 쉽지 않은 시절, 그녀를 움직이게 한 것은 넓은 세상을 향한 열망과 그것에 도전하겠다는 용기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향한 그녀의 꿈은 계속되었고, 그 꿈은 고스란히 그녀의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최초라고 이름 붙은 대부분의 것에는 그녀의 이름이 함께 써 있다. 그렇게 지난 반세기 넘은 세월 동안 패티김은 언제나 가수였다. 그러나 한편 패티김으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패티김은 김혜자로서의 삶을 대부분 포기해야 했다. 첫아이를 돌보는 엄마로서의 기쁨도 포기하고, 최고의 가수가 되기 위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은 물론이요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도 노래에 양보해야 했다. 그 대신 그녀는 치열하고 꾸준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길을 택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가수 패티김의 54년, 그리고 그뒤에 숨어 있던 김혜자의 일생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고, 그것은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2. 가수 패티김의 좌절과 도전의 역사, 그리고 성취의 기록
얼핏 바라는 것을 모두 얻고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 패티김에게도 그러나 인생의 아프고 외로운 순간은 피해가지 않는다. 낯선 땅 뉴욕의 거리에서 숱하게 오디션을 치르면서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던 젊은날 그녀는 외로움과 절망에 홀로 눈물을 흘려야 했고, 한국에 돌아와 톱스타가 되었지만 정작 동료들에게는 ‘왕따’를 당해야 했다. 완벽한 커플이라 생각했던 작곡가 길옥윤과의 이혼은 견디기 힘든 상처가 되어 한국을 떠나 살게 했고, 노래하느라 할머니 손에 컸던 딸이 자신을 못 알아보는 걸 보며 일하는 엄마로서 어린 딸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보장되지 않는 노후를 위해 단 한 번 다른 곳에 눈길을 준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했고, 50대에 접어들면서 찾아온 우울증으로 10여 년 동안 죽음까지 생각할 만큼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인생의 고통과 외로움을 꺼내놓으며 패티김은 때로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꿈대로 54년여 동안 최고의 가수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여 젊은 날 꿈꾸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성취해냈다.

3. 베니김, 에드 마스터스, 박춘석, 길옥윤
가수 패티김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빼놓을 수 없는 몇몇의 이름과 그에 얽힌 풍경이 있다. 미8군 무대로 그녀를 이끈 베니김과의 인연을 떠올리면 당시 우리 대중음악계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미8군 무대를 둘러싼 다양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패티김을 일본으로, 미국으로 보내는 데 힘을 써준 에드 마스터스에 관해 이야기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과의 관계에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손꼽을 만한 박춘석 선생과 길옥윤 선생과의 인연 역시 읽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한다.
「초우」를 통해 패티김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으로 패티김을 최고의 가수로 만드는 데 기여한 박춘석 선생이 병상에 누운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를 잊지 않고 챙긴 패티김의 성정은 조영남조차 의리를 찾을 수 없다고 한탄하는 연예계의 냉정함에 귀감이 될 만하다. 길옥윤 선생 역시 예외가 아니다. 숱한 히트곡을 함께 만들고 부르며 결혼생활을 하다 뜻하지 않게 이혼을 했으나 사업 실패로 도망치듯 일본으로 떠난 길옥윤 선생을 다시 한국으로 모셔와 인생의 마지막을 지켜봐준 패티김의 노력은 이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준 이를 얼마나 경외하고 존경했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그녀의 노래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바로 그런 인간에 대한 예의와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4. 데뷔부터 은퇴까지 언제나 최초였던 그녀
미8군 무대에서 일본으로 진출한 것은 그녀 개인의 사건만은 아니다. 해방 이후 국교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일본의 공식 초청을 받아 건너간 것은 그녀가 최초였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던 시절, 솔로 가수로 미국에 진출한 것도 그녀가 최초였으며, 한때 유행처럼 사용하던 ‘리사이틀’이라는 단어를 공연의 타이틀로 쓴 것도 그녀가 최초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뮤지컬로 최근 뉴스에 다시 언급되는 「살짜기 옵서예」의 무대에 선 것도 그녀였다. 개인의 이름이 방송 프로그램의 정식 이름으로 사용된 것도 1966년 TBC-TV의 ‘패티김쇼’가 최초였고, 세종문화회관, 미국 카네기콘서트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무대에 한국가수가 선 것도 모두 그녀가 최초였다. 팝스콘서트 역시 1985년 그녀가 최초였고, 데뷔 50주년 기념공연을 한 것도 패티김이 최초였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최초의 기록들이 그녀의 인생과 함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로 은퇴를 발표한 가수도 역시 패티김 그녀이다. (450쪽, ‘최초의 기록’ 참조) 길이 없던 시절, 그녀는 길을 만들었고, 그녀가 개척한 길을 따라 수많은 후배들이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5. 무대 밖에서도 철저하게 가수 패티김으로 살아온 그녀의 일상
무대 위의 패티김은 언제나 완벽에 가깝다. 그러나 그런 무대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대에 오르기 몇 시간 전부터 패티김은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는다. 무대의상을 입고 나서는 의자에 앉지 않는다. 무대에서 신는 신발로는 땅을 밟지 않는다. 옷자락에 주름 하나도,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진 것도 용납할 수 없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계획한 그대로 철저히 준비를 한 뒤에야 무대에 오른다. 미8군 무대에 처음 올랐던 순간부터 54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무대를 대하는 그녀의 엄격함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친한 후배 조영남이라도 무대 위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공연 전날 이가 아파 무대에 지장이 있을 듯하면 새벽에 이를 빼고 무대에 선다. 외국 오케스트라의 연주 태도가 맘에 들지 않으면 곧장 문제를 제기한다. 무대를 앞에 두고 타협과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이런 가수 패티김의 철저함은 공연의 전후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잘 모르는 이들과는 말도 잘 섞지 않고, 배 불리 뭔가를 먹어본 기억은 까마득하기까지 하다. 하루에도 시간을 정해놓고 운동과 요가를 하고, 몇 시간씩 노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숨 막힐 듯한 그녀의 일상에 조금은 여유를 가지라고 하지만 그녀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기에 지금도 여전히 패티김으로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상은 괴로우나 패티김으로 살기 위한 선택. 지금도 그녀는 그런 철저함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을 하고 있다.

6. 아름다운 카리스마의 대명사에서 이제는 사랑스러운 그녀로
완벽하고 엄격한 패티김의 모습은 그러나 그녀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은 모두 성장한 두 딸들이 아주 어릴 적 엄마에게 보낸 카드와 선물을 값비싼 보석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해온 그녀는 손주들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새 멋쟁이 할머니로 변신한다. 무대 위에서 수천 명의 관객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그녀는 두 딸과 손주들 앞에 서면 마음 약하고 여린 엄마이자, 한없이 너그러운 할머니가 된다. 또한 후배 조영남은 그녀를 향해 ‘띨띨이’라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 별명에 어울릴 만큼 노래 외에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한 그녀의 모습은 카리스마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그녀를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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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프롤로그

1부 운명
가수가 되어보는 건 어때 | 브라보, 최고의 가수가 나타났어 | 미8군에서 조선호텔로, 그리고 일본으로
라스베이거스, 낯선 세계의 문앞에 서다 | 뉴욕의 벽, 뜻밖의 귀국 조영남의 한마디 01

2부 만남
베니김, 패티김을 세상에 나오게 하다 | 평생의 은인, 에드 마스터스 | 잊을 수 없는 이름, 박춘석 | 그 사람, 길옥윤 | 그녀가 사랑한 노래 조영남의 한마디 02

3부 무대
첫무대 | 그녀가 최초입니다 | 최고의 무대, 생애 가장 특별한 공연 | 월남으로 공연 떠난 신혼부부
10년마다의 약속 | 무대 뒤의 그녀 조영남의 한마디 03

4부 김혜자, 그리고 패티김
김혜자, 그녀의 어린 시절 | 패티, 제발 릴렉스 | 그녀에게도 핸디캡이? | 장례식장 선곡 리스트
이왕 도울 거 확실하게 도와야지 | 패티김다운 것이란 조영남의 한마디 04

5부 인생
다시, 그 사람 길옥윤 | 이혼 그리고 그후 | 영원한 팬, 아르만도 게디니 | 단 한 번의 실수 | 지옥 같은 10년 | 그녀, 다시 사랑을 꿈꾸다 | 은퇴, 아름다운 뒷모습을 위하여 조영남의 한마디 05

-에필로그
-패티김, 이동성 그리고 탈스탠더드|신현준
-주요 연보
-연도별 주요 발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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