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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사 1 (선조)
이중톈 중국사 1 (선조)
저자 : 이중톈
출판사 : 글항아리
출판년 : 2013
ISBN : 9788967350802

책소개

새롭고, 재미있고, 장대하게 써내려가는 이중톈의 중국사 대장정!

『이중톈 중국사』 제1권 《선조》. 5개년 계획으로 매 분기 2권의 책, 1년에 8권, 총 36권을 완간하고자 구상한 것으로 여와의 신화, 전설시대부터 덩샤오핑 시대까지 중국사의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서이다. 그 첫 번째 책인 《선조》에서는 선사시대 문화의 계통을 수립함을 보여준다. 현대적 시각으로 역사와 고전을 풀어내는 역사학자 이중톈이 선보이는 ‘이중톈 중국사 프로젝트’로 안내하고 있다.

이중톈이 쓰는 중국사는 마치 다빈치코드를 해독하듯 해부해 나간다. 《선조》에 등장하는 여와, 복희, 황제, 치우, 요, 순 등을 통해 표면적인 것보다 그들이 속한 시대와 문화의 진상을 파헤쳤다. 또한, 카레즈 형식의 역사서로 한 시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소재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분리된 듯한 이야기들을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다. 내용은 의미심장하지만 재기가 넘치는 문체를 사용해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고 알기 쉽게 접근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거장의 눈으로 중국사가 재탄생한다
총36권 『이중톈 중국사』 제1권 출간
2013년까지 1부 6권 출간…최대 8년간 집필 대장정
1~4권 3개월 만에 30만부 판매 돌파

‘기호 해독’과 ‘카레즈 방식의 역사서술’로
중국사의 다빈치코드를 해독하다


◆ 중국 최초의 신 여와는 ‘뱀’이 아니라 ‘개구리’다
◆ 황제黃帝는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황제족의 1대, 2대, 3대 족장이다
◆요임금과 순임금의 평화로운 선양(왕위를 물려줌) 신화는 말짱 거짓말이다

“논리는 지식과 경험보다 중요하며 권위 있는 학설보다 더 믿을 만하다. 왜냐하면 논리는 사유화되지 않는 것이어서 강권에 굴복하지도, 대중과 타협하지도, 학계에 영합하지도, 매체의 비위를 맞추지도 않기 때문이다. 만약 직관과 논리가 일치한다면 결론은 진실과 크게 어긋날 리가 없다. 필요한 것은 증거뿐이다.” _후기

‘학술계의 슈퍼맨’이 엄청난 걸 들고 나타났다
매분기 2권, 매년 8권, 총 36권으로 중국사를 새롭게 쓴다


2000년 이후 ‘이중톈 현상’까지 불러일으키며 독서계를 활보하던 중국의 대표적인 사학자 이중톈이 2012년, 대중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칼럼도 쓰지 않고 TV 출연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신간 발표도 없었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요양을 핑계 삼아 양쯔 강 이남 어느 소도시에 몸을 숨기고 뭔가 새로운 책을 기획 중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주제의 책을 선보일지 궁금해했다. 그가 장기로 삼아온 중국 고전과 역사에 대한 해설서일지, 아니면 학자 인생 초기에 그의 전공이었던 중국 미학 관련 저서일지, 그것도 아니면 현대문명 비평서나 동서 문화 비교론서일지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말하면 2013년 5월 이중톈은 모두의 예상을 깨뜨리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갖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그의 손에 들린 원고의 이름은 ‘이중톈 중국사易中天中華史’였다.
이중톈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설명했다.

“2012년 3월 ‘이중톈 중국사’ 프로젝트가 개시되었고 기획과 준비 기간만 1년이 걸렸다. 이 기간에 나는 대외적으로 ‘휴가 형식의 치료’를 한다고 선포하고 실제로는 이 책을 집필하는 일에 매달렸다. 이 책의 출판은 ‘5개년 계획’이다. 우리 구상은 2013년 5월부터 분기별로 2권씩 독자들 앞에 선보여, 2018년에 36권을 완간하는 것이다. (…) ‘이중톈 중국사’는 6부로 나뉘며 각 부는 6권으로 이뤄진다. 제1부 ‘중화의 뿌리’는 진나라 이전 시대를, 제6부 ‘대변혁’은 근현대를 다룬다. 다시 말해 여와의 신화, 전설 시대부터 덩샤오핑 시대까지 중국사 전체를 망라할 것이다.”

‘이중톈 중국사’의 각 권은 두껍지 않지만 분기별 2권, 매년 8권의 속도로 5년 동안 혼자 힘으로 36권의 역사 시리즈물을 집필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중톈의 전공 분야는 춘추전국시대, 삼국시대부터 위진魏晋 시대 이전까지의 역사다. 그 뒤의 역사를 기술하려면 원전부터 연구 논문까지 새로 접하고 파고들어야 할 자료가 엄청나다. 물론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 등의 중국 역사 전반을 훑는 저서들을 간간이 선보여오긴 했어도, 과연 총36권의 ‘중국사’가 과연 이 정도의 기간에 가능할 것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현재 ‘이중톈 중국사’는 제1권 『선조祖先』, 제2권 『국가國家』, 제3권 『개척자奠基者』, 제4권 『청춘지靑春誌』까지 출간되었고, 제5권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와 제6권 『백가쟁명百家爭鳴』이 곧 나올 예정이다. 실로 엄청난 속도다.
확실히 이중톈은 노익장이다. 스스로 이름도 밝히지 않는 소도시의 집필실에 은거하며 하루 종일 구상과 집필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생활에 관하여 말했다.

“가끔씩 영감이 떠오르면 컴퓨터 자판을 치는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종이를 꺼내 미친 듯이 글씨를 휘갈긴다. 그러고 나면 나중에 내가 무슨 말을 썼는지 글씨를 못 알아볼 때도 있다. (…) 그런 흥분 상태에 이르면 밤에 잠도 오지 않아 안정제를 복용해야만 한다.”

이중톈 중국사는 기존의 중국사와 무엇이 다른가
기호 해독의 역사 … 통하지 않는 통사


이중톈은 역사 서술을 일련의 ‘기호 해독’으로 간주한다. 마치 다빈치코드를 해독하듯 중요 사안들을 해부해나간다. “여와와 덩샤오핑은 일종의 기호다. 여와는 원시시대를,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대표한다. 즉 여와부터 덩샤오핑까지 쓴다는 것은 사실 원시시대부터 개혁개방 시대까지 쓰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말했다. 『선조』에 등장하는 주요 기호는 여와, 복희, 황제, 치우, 요, 순 등 중국의 신화와 전설 시대를 대표하는 제왕 혹은 문화영웅들이다. 이중톈은 그들을 실존 인물이나 상상의 산물로 보지 않고 그들이 속한 시대와 문화를 상징하는 기호로 간주하여 그들의 이름, 이미지, 이야기에 담긴 함의를 추리한다. 그럼으로써 그 시대와 문화의 진상을 온전히 펼쳐 보인다.
둘째, 그가 쓰는 역사는 통사이되 통사가 아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카레즈’ 형식의 역사다. 카레즈란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사는 사막지대 사람들의 독특한 관개 수로를 말한다. 산비탈에서부터 밭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우물을 파고, 동시에 우물 밑을 서로 연결하는 식으로 물길을 만든다. 이중톈의 역사 서술이 이와 똑같다. 한 시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소재를 택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 뒤, 그다음 시대로 넘어가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결코 시시콜콜하게 시대의 전모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시선을 옮기는 와중에 서로 분리된 듯한 그 이야기들이 사실은 의미의 흐름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이를 가리켜 이중톈은 ‘통하지 않는 통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중톈의 역사 서술은 내용은 의미심장하되 문체는 재기가 넘친다. 유머와 현장감이 가득한 그의 문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앞의 강단에서 그가 손을 휘젓고 침을 튀기며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나는 내용은 학술적이되 서술은 발랄하게 유지할 것이다. 물론 학자로서 최소한의 학문적 도덕은 지켜야 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쉽고 발랄한 것이 학술적 엄숙함과 모순을 이루지는 않는다. 엄숙함은 태도이고 발랄함은 표정이다”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서사시적 통사라고 할 만하다.

1권은 ‘선사시대 문화의 계통 수립’, 2권은 ‘세계문명의 계통’ 수립
중국 문명의 가장 핵심적인 비밀은 3권 『개척자』에서


‘이중톈 중국사’ 첫 세 권은 『선조』 『국가』 『개척자』다. 이 세권은 각기 임무가 있다. 1권 『선조』에서는 선사시대 문화의 계통을 수립하고 2권 『국가』에서는 세계문명의 계통을, 3권 『개척자』에서는 중국문명의 계통을 수립한다. 계통을 수립해야 좌표가 오차 없이 분명해진다.
제1권인 『선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선사시대부터 문명시대까지 인류의 사회조직은 원시공동체, 씨족, 부락, 부락연맹, 국가의 순서로 발전했다. 문화의 정도를 보면 그것들은 각기 점, 면, 편, 권, 국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중에서 원시공동체는 이브가, 씨족은 여와와 복희가, 부락은 염제와 황제가, 부락연맹은 요와 순과 우가 대표한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하와 상과 주가 대표하는데, 자세히 말하면 하는 부락국가를, 상은 부락국가연맹을, 주는 국가연맹을 대표한다. 씨족에서 부락,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각기 저마다의 문화적 표지가 있었다. 중국사에서 그것들은 순서대로 생식숭배, 토템숭배, 조상숭배였다. 생식숭배와 토템숭배는 세계의 어느 민족이나 가졌던 것이지만 조상숭배는 중국만의 것이다. 바로 그것이 그 뒤 중국 민족의 길을 결정지었다.”

이중톈은 “그래서 조상숭배는 2권에 가서 이야기되지만 중국문명의 가장 핵심적인 비밀은 3권에서 밝혀질 것이다. 이러한 체계에 힘입어 우리 함대는 줄곧 승리의 노래와 함께 북극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제1권 『선조』의 핵심 통찰

▲ 이브는 소녀 시절의 여와이고 여와는 성숙기의 이브다


제1권 『선조』는 총 6장으로 이뤄진다. 1장 ‘이브의 반란’에서는 에덴동산의 이브를 빌어 제목을 삼았다. 왜 이브일까? 이유가 있다. 중국 신화에서 인류를 창조한 신이 바로 이브와 같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바로 한 마리의 큰 개구 여와였다. 첫 페이지부터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녀는 한 마리 큰 개구리였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여와는 뱀이 이게 무슨 소리일까? 여와는 뱀이 아니었던가? 『산해경山海經』에서도, 화상석에서도 여와는 복희伏羲처럼 인간의 머리에 뱀의 몸을 가진 존재였다. 더구나 둘의 꼬리는 서로 칭칭 감겨, 혈통을 잇는 행위를 암시하는 게 분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이쪽이 옳다. 뱀은 용으로 변할 수 있지만 개구리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와가 개구리라면 중국인은 ‘용의 후손’이 아니라 ‘개구리의 후손’이 돼버리지 않는가. 하지만 그녀는 본래 개구리였다. 나중에 뱀으로 변한 것은 사람들이 은밀히 조작한 결과다. 그 시점은 늦어도 한漢나라를 넘지 않았다.” (10~11쪽)

그의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세계는 누가 창조했을까? 궁극적인 창조자는 누구일까? 죄송하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중국인에게는 창세신이 없기 때문이다.” 반고盤古는 본래 존재했던 천지를 나눴을 뿐이며 혼돈混沌은 곧 분화되었다. 그들은 다 창조자가 아니다. 진정한 창조자는 ‘도道’나 ‘역易’이다. 도는 하느님처럼 형상이 없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직접 나서지 않으므로 역시 신이 아니다. 『주역周易』의 ‘역’은 더더욱 ‘신격神格’이 없다. 요컨대 궁극적인 창조자의 자리는 비어 있다. 궁극적인 창조자가 없거나 궁극적인 것에 신격이 없는 것은 중국 문명의 큰 특징 중 하나라고 말이다. 세계 신화의 계보에서 여와는 최초의 신도, 심지어 최초의 여성도 아니다. 최초의 여성은 누구일까? “바로 이브다.”
이중톈은 『구약성서』「창세기」 2장 7절~5장 5절에 나오는 이브의 신화를 중국의 여신 여와와 연결시킨다. 왜? 계통발생의 초기단계에서 세계의 고대신화는 놀라운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브는 뱀의 섹시함에 넘어가 그 유혹을 받아들임으로써 ‘생식生殖’에서 ‘성性’으로의 전환을 이끈 혁명적 여인이다. 왜 생식에서 성으로의 전환이 중요한가. “우선 생식이성으로 바뀌었고 그다음에는 성이 사랑이 되었다. 또 그다음에는 사랑이 결혼으로 변질되었다. 결혼은 가정을 낳았고 가정은 씨족을 구성했으며 씨족은 부락과 부락연맹으로 바뀌었고 마지막에는 국가를 낳았다. 우리의 본래의 원숭이 집단도 부지불식간에 사회로 변했”(34쪽)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자가 1장의 제목을 ‘이브의 반란’으로 삼게 된 이유다.

▲ 신석기 시대 유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

동양의 중국에서 이브의 역할은 바로 여와가 담당했다. 2장의 제목은 다시 ‘여와의 등장’이다. 여성은 생명의 근원이며 영혼이 새로 거주하는 육체의 창조자다. 더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적어도 피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매달 피를 흘리는데도 죽지 않으니까. 아이를
낳을 때도 피를 흘리지만 그것은 새로운 생명에게 특별한 세례를 내리는 것일 뿐이다. 확실히 삶과 죽음의 비밀은 모두 여성에게 있다. 마땅히 여성을 찬양하고, 숭배하고, 조각과 그림과 제단을 통해 여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특별히 재현해야 했다. 가장 유명한 예는 윈난雲南 젠톈劍天의 ‘아양바이阿央白’와 훙산문화 유적지의 제단, 그리고 수많은 ‘비너스’와 몇몇 ‘하얀 부인’이다.
여와와 그녀의 수많은 자매가 세계적 범위에서 우후죽순처럼 창조되었다. 그것은 여성의 생식능력에 대한 직접적인 숭배였고 그 숭배는 실용주의적이었다. 그러므로 볼록한 배는 그녀들의 자존심이었으며 풍만한 유방은 그녀들의 훈장이었다. 또한 연못의 개구리 울음소리는 그녀들의 ‘환희의 송가’, 물속의 고기들은 그녀들의 수많은 화신이었다.
물고기와 개구리들은 신석기시대의 도기에 빈번히 출현했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그 형상들은 사실적이거나 추상적이거나 단순화되어 있으며 서열관계를 형성하며 장관을 이룬다. 특히 반포反坡 유적의 물고기 무늬와 마자야오馬家窯의 개구리 무늬는 형식과 내용을 겸비했고 생기발랄하며 활력이 넘친다. 한 줄 한 줄 나란히 묘사된 물고기들은 에너지가 충만하며 물속에서 헤엄치는 새끼 개구리들은 우아하고 여유 있는 자태를 자랑한다. 이것들은 당연히 ‘다산多産’을 연상시킨다. 여와는 생육을 주관하는 개구리 여신이면서 우리를 이끌고 죽음과 싸우는 승리의 여신이다. 아이들은 그녀의 주재 아래 태어나 마치 달빛 아래 연못 속의 개구리들처럼 울어대며 생명의 교향곡을 연출한다.

▲ 누가 개구리를 뱀으로 조작했는가

개구리가 뱀으로 변한 것은 틀림없이 누군가의 조작이다. 이 조작을 파헤치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조작으로 누가 이득을 보았는가만 알아내면 되니까. 아울러 조작의 동기도 자연히 밝혀낼 수 있다. 여와가 뱀이 되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복희나, 복희의 추종자와 계승자다. 이유는 매우 간단한다. 만약 복희와 여와가 모두 뱀이면 누가 먼저이고 누가 뒤인지 모호해져서 뒷사람을 앞자리에 놓기가 쉬워진다. 예를 들어 복희가 여와의 오빠라고 주장하는 식으로 말이다. 복희를 앞에, 여와를 뒤에 놓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바로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영원불변의 진리라고 입증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여와를 다른 모습으로 손봐야만 했던 것이다. 단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그만 허둥댄 나머지 반박할 수 없는 증거, 즉 여와가 달을 들고 복희가 태양을 든 그림을 남겨둔 것일 뿐이다. 게다가 여와의 달 속에는 떡하니 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 달의 시기에서 태양의 시기로, 다시 피비린내 나는 권력쟁투로

이렇게 이중톈은 1·2장에서 여와가 주재한 ‘달의 시기’를 다루고 3장에서는 복희가 주재하는 ‘태양이 떠오르는 시기’로 넘어간다. 그것은 인류가 흩어져 살다가 집단화하면서 부족을 이루고 식량의 축적 권력의 집약이 일어나던 시기다. “밥줄을 쥔 사람이 권력도 쥔다”는 말처럼. 그리고 4장과 5장에서는 ‘염제와 황제’의 대결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염제와 황제는 어떤 개별적인 실존 인물이 아니다. 이들은 고대에 서로 이웃하여 존재했던 부족들의 명칭이 후대에 와서 하나의 신격으로 변화한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황제족과 염제족이다. 저자는 두 부족의 기원을 파고든다. 그래서 왜 염제족이 황제족에게 무릎을 꿇게 되었고 그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파헤친다. 6장에서는 드디어 ‘역사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요순의 시기로 넘어온다. 이 시기는 부락 대연맹 시기이다. 연맹에는 피가 수반되었다. 그 과정에서 요임금과 순임금의 신화가 해체된다. 특히 요와 순이 평화롭게 왕위를 선양했다는 신화가 합리적으로 부정되었다. 그것은 탈취였다. 숨겨진 살기가 팽배한 시기였다. 저자는 출토된 유물과 기호해독의 방식으로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나간다.

이중톈이 볼 때 선사시대, 즉 중국 신화시대에 대한 고정관념은 2000년도 더 전에 형성되어 지금까지 수많은 지혜로운 자의 눈을 속여왔다. 예컨대 여와와 복희가 다 사람머리에 뱀의 몸을 가졌고 부부나 남매관계였다고 했다. 또한 염제가 성이 강姜이고 황제가 성이 희姬인 것은 각기 강수와 희수에 살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런 견해들은 기본적으로 학계에서 널리 받아 들여졌으며 그 허구성을 꿰뚫어본 사람은 매우 적었다. 여기에 요순조차 극히 미심쩍은 인물들이다.
미심쩍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 문자로 이뤄진 역사는 어떤 것이든 헤게모니를 쥔 자에 의해 쓰여지며 언제나 통치계급의 사상이 절대적 지위를 갖는다. 그들은 통제권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주류 이데올로기로 신화와 전설을 포장해 세상에 유통시켰다.
여기서 이중톈은 독자가 “면밀한 시각을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물론 그렇다고 신화와 전설을 전면적으로 부정해서는 안 되며, 보기에 황당하기 짝이 없는 그 단편적인 말들을 일일이 불합리하다고 치부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모든 민족의 신화와 전설은 역사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순간의 기록이면서 하나같이 문화의 어떤 비밀과 꿈을 간직하고 있다. 신의 세계는 곧 인간의 세계이며 신의 역사도 인간의 역사이면서 인류의 자기인식의 역사임을 알아둬야 한다. 단지 구름과 안개에 가려져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고 기록이 상세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다빈치코드’들을 해독해야 한다.
사실 전설 속의 신과 인간은 문화의 기호와 코드이며 상고시대 역사의 상형문자다. 신비의 색채만 지운다면 우리는 미궁을 열고 희미하게나마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 이중톈은 여와가 개구리이고 복희가 양이었던 것을, 그리고 염제가 삼황이고 황제의 성이 황이 아닌 것을 말할 수 있었다. 이밖에 새로운 발견도 있었다. 그것은 염제의 어머니가 ‘양치기 여자’였고 황제의 엄마는 ‘미인美人’이었으며 치우는 사실 ‘사재蛇災’, 즉 뱀의 재앙이었다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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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제1장 이브의 반란
세계의 창조
여와의 전신
에덴에 들어가다
털 없는 원숭이
하느님과의 공모
첫 번째 혁명

제2장 여와의 등장
라이벌
영혼은 유랑자
태양신과 달의 신
누구의 조작인가
달로 간 항아

제3장 복희의 함정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
천하제일의 요리사
밥줄을 쥔 사람이 권력도 쥔다
양가죽을 뒤집어쓴 뱀
사랑하라, 신의 이름으로
새벽 다섯 시

제4장 염제의 동방정벌
염제는 누구인가
증인 디오니소스
토템기둥을 세우다
양치기 채찍과 지휘도
뱀의 두 번째 등장
살인과 강간

제5장 황제의 등장
황제의 성은 황이 아니다
출신의 비밀
전환점
수레와 모자
전쟁의 신 치우
용의 깃발이 날리다

제6장 요순이 수업을 마치다
요순은 실존 인물인가
부락대연맹
권력의 선양인가, 탈취인가
숨겨진 살기
구사일생
마지막 임무

후기 - 얼음을 깨는 항해
옮긴이의 말 - ‘이중톈 중국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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