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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과학에 대한 조선학자의 대응『정조의 스승, 서명응의 철학』.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하여, 선천학의 체계와 철학적 특질, 선천학과 서양 과학 그 접점 및 비판을 담고 있다.

‘선천학’이라는 학문으로 서양과학을 받아들이다

서명응의 사유체계로 바라본 조선학자의 서양과학 해석



△시대적인 조류에서 태어난 학문의 선구자, 서명응

서명응은 국립도서관이자 최고의 교육기관인 규장각의 설치에 관여하고 운영을 책임진 제학으로서, 정조시대의 학문을 이끌었는가 하면, 당시 전래된 서양학문에 대한 발언을 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는 동서양의 학문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목격하였고, 이를 해결하는 것을 학문의 목표로 삼았다. 동서양의 학문이 충돌하는 양상은 동서양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발언해야 할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정조시기에 서양의 천문학과 기하학에 대한 연구에 열중한 일군의 학자들이 많이 있었지만 서명응은 조선에서 가장 먼저 서양의 천문학과 기하학을 연구한 사람이다. 그것도 선천학이라는 학문 체계로 서양의 천문학과 기하학을 수용하려한 점에서 1세대에 해당한다.

서명응의 시도, 즉 선천학에 기초한 서양학문의 수용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낯선 학문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어떻게 이해하려했는지,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려 했는지를 살피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는 한 사람의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동서양의 사유체계, 세계관, 형이상학의 충돌과 접점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다른 사유와 세계관의 충돌은 새로운 학문과 사유를 창출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서양과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 ‘선천학’

서명응의 학문은 ‘선천학先天學’으로 규정된다. 선천학은 상수역학에 대한 해석을 의미하는 말로, 소강절의 상수역학을 지칭하던 용어이다. 소강절의 상수역학은 하도와 낙서 등의 도식으로 천체의 운행을 설명하거나, 선천도 등으로 우주의 발생론을 연역하는 도상들에 대한 역학적 사유를 의미한다.

하지만 서명응은 이 개념의 내포와 외연을 확대 해석하여 서양 과학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학문적 체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서명응이 자신의 학문을 선천학이라고 규정할 때, 이를 구성하고 있는 사상의 갈래는 크게 세 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도서역을 포함하는 상수학이며, 둘째는 <노자>와 <주역참동계>를 중심으로 한 도교사상이며, 셋째는 천체의 구조와 운행을 설명하는 구고법을 포괄하는 천문학적 사유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천문학적 사유에는 당시에 전래된 서양의 천문학과 기하학까지 포함한다. 이 세 가지 영역의 사유가 하나의 거대한 체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선천학’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서명응의 이러한 선천학에 대한 규정을 기초로, 이 책에서는 두 가지 목적을 추구하고자 한다. 첫째는 서명응의 선천학의 체계와 특징을 해명하는 것이고, 둘째는 서명응의 선천학이 서양 과학이라는 외래의 지식에 대한 해석 과정임을 해명하는 것이다.

총서론

제1부 선천학의 체계와 철학적 특질

제1부 머리말

제1장 서명응의 사상적 배경으로서 '선천'
제1절 도교의 내단이론과 선천
제2절 소강절의 선천 개념 창안과 주자의 수용
제3절 주렴계의 태극도설과 '태극'과 '선천'에 관한 주자의 논의

제2장 서명응의 선천학 체계와 특징
제1절 선천학의 범주와 구분
제2절 선천학의 역사
제3절 선천학의 특징

제3장 도교사상과 선천학
제1절 도교와 상수학
제2절 도교의 우주론과 선천학
제3절 도교의 수련론과 선천

제4장 선천학과 북송의 리학
제1절 선천학의 역사와 태극도 및 선천도
제2절 서명응의 무극도와 태극도에 관한 이해
제3절 선천도와 태극도의 관계

제5장 '태극'에 대한 재해석과 선천학적 심법론
제1절 태극에 대한 해석
제2절 중과 심법론
제3절 인심도심설과 사단칠정론

제1부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