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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예술철학적 시론)
렘브란트 (예술철학적 시론)
저자 : 게오르그 짐멜
출판사 : 길
출판년 : 2016
ISBN : 9788964451267

책소개

『렘브란트』에서 짐멜은 생철학적 관점에서 렘브란트의 예술세계에 접근을 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미켈란젤로의 초시간성, 렘브란트의 시간성, 로댕이 비시간성은 각각 르네상스 시대, 바로크 시대 및 현대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삶의 유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각각 보편적 인류의 초시간적 삶, 유일무이한 개인의 시간적 삶, 익명성 속에서 자유부동하는 대도시인의 비시간적 삶을 예술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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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회학의 창시자 게오르그 짐멜
렘브란트의 예술세계를 생철학의 관점에서 파헤친 예술철학적 연구의 정수


우리는 예술작품에서 무엇을 보는가. 특히 명작으로 공인된 작품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또 어디서 그 의미를 찾는가. 대개의 미술서들은 작품이 창작된 시기의 역사적 맥락, 작품 내에 포진하고 있는(또는 포진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알레고리, 창작자의 의도 및 심리 상태 그리고 동기, 당대 및 후대의 평가 등을 근거로 해서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예술작품 그 자체가 아닌 작품 외부의 요소들을 끌어다가 그것을 읽어내는 시도이다.(알레고리 역시 마찬가지로, 작품 내의 한 형상은 작품 밖의 어떤 것을 은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러한 해석 방법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화가가 사용한 재료 및 창작 기법 등도 그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예컨대 렘브란트의 경우를 보면, 첫 번째 방식에 따라 개신교 공화국의 프로테스탄트 부르주아 초상의 한 유형을 만들어냈다는 해석이 도출되고, 두 번째 방식에 따라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음영의 효과적인 사용, 군상(群像)에서의 인물 배치 방식 등이 주목된다.
그러나 『돈의 철학』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회학의 태두 게오르그 짐멜은 이 책 『렘브란트』에서 이러한 해석 방식들을 거부한다. 1916년에 출간된 이 책은, 짐멜의 중요한 저술이자 예술철학적 연구의 전범으로 일컬어짐에도 불구하고, 출간된 지 100년이 지난 이제야 짐멜 전문가인 김덕영에 의해 우리말로 옮겨졌다. 이것은 예술에 관한 철학이지만, 문화와 삶 그 자체에 관한 물음으로 이어지는, 짐멜의 생철학을 엿볼 수 있는 저서이기도 하다.

사회학자가 쓴 예술철학서? 짐멜은 본래 철학자였다
철학은 경험과학의 상한선이자 하한선

에밀 뒤르케임, 막스 베버와 함께 사회학을 하나의 독립된 개별과학으로 정립하고, 독일사회학회를 창립해 사회학이 제도적으로 정착하는 데 기여했던 인물로 널리 알려진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원래 사회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였다. 그는 철학을 공부했고 철학적 주제로 박사학위와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으며, 또한 대학에서는 철학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인식론, 형이상학, 문화철학, 예술철학, 생철학 등 실로 다양한 철학 분야에 걸쳐 매우 풍부한 지적 유산을 남겼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지적 관심은 점차 사회학에서 철학으로 옮겨 갔다. 짐멜은 철학을 자신의 주전공으로 보았고 사회학은 부전공으로 보았다. 그에게 사회학 연구는 일종의 ‘겸직’이었다.
이는 그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책 『돈의 철학』의 제목에서 이미 단적으로 드러난다. 1900년에 출간된, 그의 철학적 주저 『돈의 철학』에서 짐멜은 자신에게 “철학의 본질적인 과제로 보인 것, 즉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것, 단순하게 주어진 것에서 궁극적인 정신적 의미의 지층으로 측연을 던지는 것”?이것을 돈을 가지고 시도하고 있다.
사실 돈은 전통적으로 철학의 관심대상이 아니라 주로 경제학의 관심대상이었다. 이는 짐멜의 철학이 기존의 철학과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경험과학적 인식의 대상이 되는 돈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다. 그리하여 철학이 경험과학과 결합하는데, 이때 철학은 경험과학의 차안과 피안에 위치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철학은 경험적 현실세계로 ‘내려가’ 경험과학이 다루는 대상을 취한 후 다시 자신의 영역으로 ‘올라가’ 자신의 틀로 이 대상을 인식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철학은 경험과학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구성함으로써 경험과학으로부터 구분되면서 경험과학과 관계를 맺는다.

『돈의 철학』의 후속작이자 짐멜 예술철학의 종합판
철학적으로 예술작품의 의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

『렘브란트』도 바로 이러한 철학의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특히 철학 중에서도 예술철학이 짐멜의 사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짐멜 스스로가 말하길, “나는 예술철학을 주제로 나의 남은 생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짐멜은 사회학을 학문으로서 정립하는 과업을 완수한 뒤, 남은 생을 예술철학적 연구에 바쳤다. 미학적-예술철학적 패러다임은 짐멜의 광범위한 모더니티 담론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 예술철학적 모더니티 담론에서 렘브란트의 예술세계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렘브란트가 짐멜에게 “예술적 계시”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짐멜은 이 책을 자신의 예술철학적 연구의 정수로 간주한다.

이것은 예술사나 예술사회학이 아니고 렘브란트의 전기는 더더욱 아니다. ‘예술철학적 시론’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술의 철학이다. 마치 『돈의 철학』이 돈의 경제학이나 돈의 사회학 등과 같은 경험과학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돈의 철학이듯이! 『돈의 철학』에서 돈이라는 현상을 가지고 궁극적인 정신적 의미의 지층으로 측연을 던지듯이 『렘브란트』에서는 렘브란트라는 현상을 가지고 궁극적인 정신적 의미의 지층으로 측연을 던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돈의 철학』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김덕영 ?해제? 중에서

짐멜 자신이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은 “예술작품을 역사적으로, 기술적으로 또는 미학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철학적으로 예술작품의 의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추구하는 연구”이다. 즉 작품 창작의 역사적 맥락에 근거한 평가나 도상학적 해석, 기법상의 탁월함을 논하지 않고, 예술작품 그 자체의 총체성과 개별성에 근거해 내적 의미를 찾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해석 방식으로부터 우리는 이미 익숙히 알고 있다 생각했던 렘브란트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 전체와 인간, 그리고 삶 자체를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성찰이 되기도 한다.

삶과 예술에 관한 생철학적 해석
심층적인 인간 영혼에서 유래하는 삶의 운동성

이 책에서 짐멜은 렘브란트의 예술세계를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로댕 등의 예술세계와 비교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고야, 라파엘로, 루벤스, 벨라스케스, 보티첼리, 브뤼헐, 조르조네, 카라바조 등도 함께 거론되는데, 이렇게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동시에 다루는 예는 달리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짐멜에 따르면, 일단 다른 예술가들과 달리 렘브란트는 예술적 표현의 대상을 단순히 사실주의적이거나 자연주의적인 방식으로 그대로 수용하고 모사하지 않는다. 또한 고전주의에서와는 달리 예술적으로 표현해야 할 실재적인 삶에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타당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예술에서는 반드시 따라야 할 어떠한 규범적인 형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형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형식이란

어디까지나 그때그때 삶의 순간일 따름이다. 바로 이 순간에 절대 물러나지 않으면서 형식을 통일적으로 규정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형식이란 〔…〕 그저 삶의 본질, 다시 말해 삶의 생성이 외부로 향하는 우연적인 방식일 따름이다. 모든 위대한 예술에서처럼 고전예술과 렘브란트에서 궁극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삶과 형식의 통일성, 그러니까 순수한 사유에서는 획득할 수 없어 보이는 것을 예술적으로 획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전예술은 형식으로부터 삶을 찾고, 렘브란트는 삶으로부터 형식을 찾는다.

이는 짐멜의 생철학적 관점과 연결되는 것으로, 생철학에 의하면 연속적으로 흐르는 삶은 불가피하게 끊임없이 형식을 바꾼다. 또는 달리 말해 삶은 “변화하는 내용들과 더불어 진행되는 과정의 형식”을 갖는다.
이에 비해 미켈란젤로의 예술작품은 초개인적이고 초경험적으로 개별 인간의 존재와 운명을 초월하는 세계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는 주체적 개인의 단편적이고 유한한 현존재가 이 세상을 초월한 완전함과 무한함 그리고 절대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르네상스의 이상을 반영하는 것이다.(초시간성) 그러나 그러한 이상은 경험세계에 확고히 뿌리를 내린 개인의 삶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여기서 비극이 발생한다. 반면 렘브란트가 일방적으로 이상적이고 고귀한 인간만을 예술적 형상화의 대상으로 보는 고전주의와 달리 소시민이나 프롤레타리아트, 그리고 유대인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실제적인 삶의 역사를 포용했다는 사실은 그가 경험적이고 개인적인 다양한 삶의 순간과 운동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 삶의 모든 순간은 그 자체로 전체 삶이다. 삶의 매순간 개인의 영혼이 발현되고 있고, 이를 화폭에 온전히 담아낸 것이 렘브란트였다. 이는 렘브란트의 수많은 초상화들 특히 자화상과 종교화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의 초상화들은 대상을 그대로 모사하거나 또는 이상화/유형화하지 않고, 그 대상이 된 개인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자화상들이 특히 그러한데, 그 각각의 작품들에는 그것이 어느 시기에 그려졌든 간에 시간의 흐름이(죽음까지) 반영되어 있다.(시간성) 마찬가지로 종교화에서도 이상화나 숭고화를 찾을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와 달리 그의 그림들에서는 종종 예수 그리스도가 희미하거나 초라하거나 연약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어떤 인위적인 종교적 분위기도 부여되지 않지만, 예수를 비롯한 인물들의 손짓과 표정 등은 그대로 그들의 신앙심, 영혼의 종교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책에 실린 화보 및 그림 설명 참고) 이는 렘브란트의 그림들에 고유의 통일성, 총체성을 부여하는데, 이 통일성은 그림 속 인물들의 영혼에서 뿜어져 나오는 삶의 운동성을 통해 획득된다.
요컨대, 렘브란트 예술의 새로운 점은 예술의 형식에 있었다. 렘브란트의 작품에서 형상화된 순간은 개인 삶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유기적-시간적 통일체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짐멜에 따르면 미켈란젤로의 초시간성(삶의 과정으로부터 추상화된 순간이 낳은 초시간성), 렘브란트의 시간성, 로댕의 비시간성(진동하고 전율하는 절대적인 생성이 낳는 비시간성)은 각각 르네상스 시대, 바로크 시대 및 현대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삶의 유형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각각 보편적 인류의 초시간적 삶, 유일무이한 개인의 시간적 삶, 익명성 속에서 자유부동하는 대도시인의 비시간적 삶을 예술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론적-합리론적 미학이론에 대한 거부
삶의 시간성과 역사성을 복권시킨 짐멜 예술철학

짐멜은 렘브란트를 합리주의적 미학이론, 특히 칸트의 미학이론과 대비한다. 예술작품의 균일성, 명확성 및 조망성을 강조하는 칸트의 미학은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형식을 강조하며, 그에 따라서 색채의 기능과 의미를 부정한다. 이러한 형식의 이상은 칸트에 의하면 선(線)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선은 기하학적 원리에 입각해 그림에 단순하고 명쾌한 구조와 질서를 줄 수 있음이 그 근거이다. 그러나 선으로는 삶의 다양한 기제와 운동 과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없다고 짐멜은 확신한다. 왜냐하면 영혼과 삶의 운동은 선을 이용한 명료한 표현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칸트의 미학이론은 개인과 그의 삶으로부터 괴리된 지성주의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이론, 더 나아가 기계론적인 이론이라고 짐멜은 비판한다.
이는 예술에 관한 합리주의적 이론에 대한 비판일 뿐 아니라, 삶에 대한 합리주의적이고 기계론적인 이론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짐멜은 이 책에서 유일무이한 개인의 시간적 삶이 지닌 역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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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서문

제1장__영혼적인 것의 표현
삶의 연속성과 표현운동
초상화에서의 존재와 생성
초상화와 데생의 연작
초상화 인물의 폐쇄성과 개방성
인간 묘사에서의 순환
초상화에 영혼을 불어넣음
주관주의적 사실주의와 자화상
예술적 생산
그림에서의 삶의 과거
운동성의 묘사
구성의 통일성
명료성과 세밀화(細密化)
삶과 형식

제2장 __ 개체화와 보편적인 것
유형과 표현
삶을 파악하는 두 가지 방식
형식의 개체성과 범신론에 대한 주해
죽음
성격
아름다움과 완전성
르네상스와 렘브란트의 개체성 표현 방식
보편성의 다양한 종류
노년예술
무공간적 시선
분위기
인류의 운명과 헤라클레이토스적 세계

제3장 __ 종교예술
예술에서의 객관종교와 주관종교
경건함
구체적 현존재와 종교적 삶
종교화에서의 통일성 유형
개인적 종교성, 신비주의 그리고 칼뱅주의
영혼성
종교적-예술적 창조성
빛, 빛에 의한 개체성의 표현 그리고 빛의 내재성
중간 고찰: 우리는 예술작품에서 무엇을 보는가?
교의적 내용들

결론을 대신하여
창조자의 기질과 형성자의 기질 327
예술에서의 대립성

해제∥삶과 예술 그리고 철학: 렘브란트와 예술철학적 모더니티 담론?341
옮긴이의 말
게오르그 짐멜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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