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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놀이, 서사의 실험 (박태원의 문학 세계와 탈경계의 수사학)
언어의 놀이, 서사의 실험 (박태원의 문학 세계와 탈경계의 수사학)
저자 : 김미지
출판사 : 소명출판
출판년 : 2014
ISBN : 9788956269719

책소개

『언어의 놀이, 서사의 실험』은 모더니스트로도 월북작가로도 온전히 설명되지 않고, 변신으로도 변절로도 완전히 해명되지 않는 작가 박태원의 작품세계와 작가 여정을 정신사적 일관성과 글쓰기의 유기성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사적 특질의 핵심으로 어떤 기존의 경계도 뛰어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실험정신과 오로지 글로써만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고 밥벌이를 할 수 있었던 전업 글쟁이로서의 소명의식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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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박태원은 매우 독보적인 이력과 행보 그리고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라는 말은 이제 진부할 정도로 명료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재구되고 또 생산된다. 박태원을 이야기할 때 이 책으로 말미암아 이제 또 하나의 연구사가 보태지는 시점이다. 요동쳤던 한국 근현대사의 물결 속에서 어느 작가든 저마다의 족적을 오롯이 남기고 있는 터이지만, 박태원의 경우가 특히 매력적인 것은 어떤 타이틀이나 수식어로 결코 포괄되지 않는 변화무쌍함과 다채로움 때문일 것이다. 그는 식민지 시기 조선에서는 경성 한복판을 누비며 모더니스트로서 살고 또 썼으며, 또한 분단 이후 북한에서는 일급의 혁명작가로 대작들을 남겼다. 또한 유머소설, 탐정소설, 아동문학, 역사소설, 시대물, 수필, 평론, 번역 등 그의 글쓰기는 장르와 영역을 불문하고 거침없이 또 쉼 없이 생의 마지막까지 계속되었다. 첨단의 문학을 실험했던 모더니스트와 주체사상에 입각한 혁명작가, 이 상통하지 않는 듯 보이는 두 개의 길은 과연 한 사람의 삶에서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그는 자유자재로 가면을 바꾸어 쓸 수 있는 변검술의 대가였을까 아니면 이리저리 시류에 몸을 맡기는 변절자였을까. 이 책 <언어의 놀이, 서사의 실험>(소명출판, 2014)은 모더니스트로도 월북작가로도 온전히 설명되지 않고, 변신으로도 변절로도 완전히 해명되지 않는 작가 박태원의 작품세계와 작가 여정을 정신사적 일관성과 글쓰기의 유기성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사적 특질의 핵심으로 어떤 기존의 경계도 뛰어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실험정신과 오로지 글로써만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고 밥벌이를 할 수 있었던 전업 글쟁이로서의 소명의식을 꼽는다. 이에 따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처럼 실험적 언어로 상찬되는 식민지 시기의 작품들과 동학 농민군의 전사(前史)와 그 전개과정을 그린 만년의 대작 <갑오농민전쟁>이 하나의 맥락 속에 위치할 수 있게 된다.



소설과 기교, 그리고 식민지 모더니즘의 길

‘기교’란 상식적으로 이해하자면 문학을 문학답게 만드는 것 즉 문학작품을 다른 글쓰기와 구별되게 해주는 기술(technique, skill)이자, 작가의 재능이나 천재성의 영역 즉 작품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담보하는 재주나 기예(trick, artifice)이면서, 그 자체가 곧 예술(art)이기도 하다. 정제되고 조탁된 언어로 현현하는 기교의 세계가 곧 문학의 본령이라 믿었던 일군의 작가들, 그들이 바로 ‘구인회’로 대표되는 식민지의 모더니스트였다. 1930년대 들어 문단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이들이 기존 카프 문학의 편내용주의 혹은 미학적 나태함을 비판하면서 대립구도를 형성했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들의 문학적 시도들은 전대의 계몽 또는 민족국가 이념이나 정치사상의 매개 또는 수단으로서의 문학을 넘어서서, 식민지 조선에서도 미적 자율성 또는 세계사적 동시성으로서의 모더니즘 미학이 추구될 수 있다는 자신감 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1930년대는 식민지 조선에서 그것이 가능해진 시기였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하기에 이들은 어떤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문장’과 ‘미학’의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김기림의 표현대로 ‘조선말에 대한 윤리감’에 그 누구보다도 투철했고, ‘조선어’로 문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에 그 누구보다도 민감한 이들이었다. 가장 전위적인 언어의 창조자이기도 했던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조선적 언어의 애호자’이자 가장 보수적인 모국어의 보존자이기도 했다. 작가란 ‘신선한, 그리고 또 예민한 감각’으로 조선어의 어감과 신경을 갈고 닦아야 하며 그것이 곧 ‘문장도(文章道)’임을 천명한 박태원이 그 중심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작가 자신은 ‘기교주의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박태원의 작품세계를 논할 때 기교와 기법의 문제가 그 핵심에 놓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당시 조선의 풍토와 문단에서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과 함께 매우 낯설고 이질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 작가 박태원의 창작 기법을 논하는 기존의 연구 업적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작품의 안과 밖, 사실과 허구, 조선어와 외국어, 작가와 독자 등의 무수한 경계들을 교란시키는 박태원 특유의 언어 기법과 서사의 실험을 한국 근대문학에서 박태원 문학이 가진 특장점이자 독보성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박태원 작품 세계의 언어적 서사적 실험들이 가진 그러한 탈 경계적 성격이다. 박태원의 작품들에는 쉼표의 나열로 이어지는 마침표 없는 장거리 문장과 낯선 물주 구문, 회화적이고 영화적인 기법 등 자유분방한 기법 실험이 나타나고 있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기존에 논의되었던 문체적 특질이나 최신 예술 기법의 수용 등을 넘어서서, 일탈적인 언어감각, 서사 시공간의 교란, 자기반영성의 실험 등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그 언어와 서사의 실험이 곧 식민지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조선어 및 조선어 문학의 가능성을 최대한도로 실험한 것에 다름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한 전업 글쟁이의 마침표 없는 붓 달리기

박태원은 평생 소설가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투철한 직업작가였다. ‘구인회’의 문우들이 대개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문인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그는 유독 홀로 전업 소설가의 자리를 고수했다. ‘시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먹기 위하여 어느 신문사 사회부 기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벗에게 ‘애달픔’을 느껴야 했던 그는 차라리 ‘무능’과 ‘게으름’을 선택했고, 군국주의 일본 제국의 횡포 앞에서 벗이 붓을 꺾었을 때도 ‘밤낮으로 붓을 달려’ 원고료를 벌었다. 즉 박태원은 그 누구보다도 작가로서의 ‘일관성’을 고집한 소설가였던 것이다. 그의 소설에 빈번하게 등장하듯이 그에게 소설쓰기는 ‘밥벌이’의 수단으로서는 매우 적절치 못한 것이었지만, 또 한편으로 그는 소설쓰기 이외의 다른 수단을 선택하지 않았으므로 작품을 씀으로써만 ‘밥벌이’를 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작가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그가 모더니즘에서 리얼리즘으로, 순수문학에서 통속문학으로 ‘쉽게’ 또는 ‘자유롭게’ 옮겨갔다거나, 역사물이나 야담의 세계로 ‘퇴행’했다는 평가는 피상적인 관찰에 불과하다. ‘소설쓰기’만을 평생 업으로 삼았던 만큼 그에게 ‘소설쓰기’ 작업과 ‘소설가’로서의 위치를 고민하는 일은 필생의 과업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집단 백백교의 실상과 내막을 일종의 팩션으로 탄생시킨 작품 <우맹>이 단지 매문을 위한 통속물이 아니라, ‘정보’와 ‘사실’ 그리고 ‘허구’ 사이의 경계를 의문에 부치는 박태원 특유의 소설적 물음이었다는 해석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박태원은 모더니즘에서 리얼리즘으로 혹은 실험적 소설 세계에서 이야기의 세계로 변신했다기보다는, 언제나 모더니스트이자 이야기꾼이었다. 즉, 그는 그가 학창시절 세례를 받은 서양과 일본의 근대문학의 세계와 어린 시절 탐독했던 구소설 ‘이야기책’의 세계를 언제나 함께 살고 있었다. 박태원이 구축하고 있는 소설 세계의 담화적 특징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자 기호를 가장 예민하게 다룰 줄 알았던 그는 또 한편으로 강담사가 들려주었던 것과 같은 구술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이러한 박태원의 방법론은 날카로운 감각의 언어 세계를 보여주는 실험적 소설과 능청스럽고 수다스러운 ‘이야기’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오랜 세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경계를 탈피한 모더니스트 이자, 부지런한 이야기꾼인 박태원. 그의 작품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풀어 낸 <언어의 놀이, 서사의 실험>(소명출판, 2014)은 마침표 없이 달려오던 그의 붓놀림을 고찰하는,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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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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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쟁점과 시각

1. 박태원의 문학 세계와 연구의 쟁점들

1) 남과 북,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은 문학 세계

2) ‘모더니즘’의 경계를 넘어

2. 박태원 문학에 접근하는 새로운 관점

1) 일탈과 균열의 흔적들과 여담의 가치

2) 텍스트의 안과 밖, 그 긴장과 갈등



제2장 유희의 감각과 소설 언어의 실험

1. 일탈적 언어 감각과 언어유희

1) 어감과 말맛의 세계

2) 한자어와 부조화의 유머

3) 단어의 비상식적 결합

4) ‘장거리 문장’과 구술성

5) 토포스(topos)의 유희적 사용

2. 만담과 독백 그리고 수다의 향연

1) 만담의 유머와 페이소스

2) 독백체의 구술성과 목소리의 발견

3) ‘수다’의 세계와 ‘지식’의 유통구조



제3장 이질적인 시선과 목소리의 침입

1. 교란되는 서술의 시공간

1) 작가와 등장인물, 안과 밖의 교차

2) 서술자의 위치 이동과 서술법의 실험

3) 서술 실험의 몇 가지 유형들

2. 다중 초점화의 양상과 거리두기

1) 대상의 상대화와 자기의 객관화

2) 동시대와의 거리-사실과 허구의 경계 넘기

3. ‘시차(視差)’의 전략과 변주 또는 다시쓰기의 효과



제4장 놀이, 수수께끼, 여담

1. 서사의 잉여와 놀이의 도입

1) 삶의 놀이와 놀이의 삶

2) 도시의 삶과 놀이 공간의 창출

2. 수수께끼와 미스터리의 지연(delay) 효과

3. 자기지시적 서언과 자기반영적 여담

1) ‘소설쓰기’의 소설 쓰기

2) ‘자기’의 소설화와 ‘자화상’의 의미

4. 문학 담론과 문학 장의 무대화

1) 작품 속에 작품 드러내기

2) 문학 논쟁과 문학론의 개입



제5장 박태원 문학, 위상과 전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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