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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공포 감정의 거시사회학)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공포 감정의 거시사회학)
저자 : 박형신|정수남
출판사 : 한길사
출판년 : 2015
ISBN : 9788935660124

책소개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감정이 우리의 사회적 삶과 상호작용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또 그것은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거나 지체시키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주목한 책이다. 두 저자 박형신과 정수남은 감정을 거시적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이론적·방법론적 가능성을 모색해온 사회학자들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감정사회학, 특히 거시적 감정사회학에 주목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사회학이 중시해온 '합리성'의 패러다임만으로 해명될 수 없는 여백을 메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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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공포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변화시키며 지체시키는가
‘합리성’의 사회학을 넘어서는 사회학의 ‘감정적 전환’을 꾀한다


한길신인문총서 제24권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감정이 우리의 사회적 삶과 상호작용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또 그것은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거나 지체시키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주목한 책이다. 두 저자 박형신과 정수남은 감정을 거시적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이론적?방법론적 가능성을 모색해온 사회학자들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감정사회학, 특히 거시적 감정사회학에 주목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사회학이 중시해온 ‘합리성’의 패러다임만으로 해명될 수 없는 여백을 메우고자 했다.
특히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의 ‘공포’ 감정에 주목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공포는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는 하나의 감정을 넘어, 개인들의 사회적 삶을 지배하는 윤리의 토대이자 사회를 또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가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공포로 인해 사람들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을 점점 더 보이고 있다. 매년 더욱 치열해지는 공무원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그 한 예다. 이 책에 수록된 9편의 논문에서 저자들은 ‘공포’ 감정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러한 한국 사회의 감정동학을 들여다봄으로써, 거시적 감정사회학의 틀을 세우고자 한다.
그동안 사회학에서 감정은 쉽게 무시되거나 사회적 행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감정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며 인과적 논리를 갖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이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인식론적·방법론적 난점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인 만큼 감정적인 존재이며, 그렇기에 사회적 삶과 개인들의 상호작용은 이성 또는 합리성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행위에서 감정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는 없으며, 그 행위들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가 다시금 우리 사회를 틀 짓는다.
따라서 사회학의 궁극의 목표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인간을 이해하고 그들의 의미세계를 해석하는 것이라면, 감정은 그러한 사회학적 작업에서 중요한 자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폭력성이 감정을 통해 밝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은 사회구조의 발생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이 책의 저자들이 통상적인 감정연구를 넘어 시도하는 감정사회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감정은 끊임없이 표류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감정’은 사고 팔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겨진다. 일터에서 우리는 ‘감정노동’을 일상적으로 행하며, 또 소비자로서 그러한 감정노동이 포함된 상품을 구매한다. 카페의 점원이 친절한 미소로 고객을 응대하거나, 심지어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어색한 존댓말을 쓰는 까닭은, 그러한 감정관리가 자신의 업무능력을 보여주는 핵심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정을 스스로 잘 통제·관리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감정조절을 잘하는 능력은 원만한 사회생활에 필수 항목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오늘날 거대한 감정산업은 성황을 이루고 있다. 감성마케팅, 감성치료, 심리치료, 감정지수 같은 기법들이 교육, 성, 연애, 부부관계, 가정생활, 회사생활 등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대부분 개인의 문제를 개인의 내적 차원에서 그 원인을 찾고 그로부터 해법을 발견하려는 치료요법적 접근방식을 반영한다. 이는 또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나 근대 자본주의 체제는 물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와도 깊은 친화성을 갖는다. 감정연구가 이처럼 개인의 내면세계로만 침잠해 들어간다면, 감정이 지닌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힘을 사회적 차원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반면, 사회학에서는 대체로 사회적·문화적 구성주의적 접근방식을 통해 감정을 다루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감정의 사회성을 부각시키되, 감정을 사회화를 통해 학습되고 구성되는, 환원되지 않는 사회문화적 산물로 간주한다. 곧 이 관점에서 감정적 행위는 그 현재적 의미를 부여받을 뿐이며, 감정은 행위의 동인으로서 독립변수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의 두 저자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거시적 감정사회학’을 주장한다. 이 책의 제1부 ‘감정, 사회, 사회학’에서는 지금까지의 ‘합리성’의 사회학에 대비되고 또 그것을 보완하는 감정사회학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더 나아가 감정이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변화시키고 또 그 변화를 지체시킬 수 있는지 논의한다. 저자들은 이로써 사회학의 ‘감정적 전환’을 꾀하고, 더 나아가 ‘감정정치’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자본주의 체계의 모순, 전면화된 공포

오늘날 우리가 겪는 사회적 공포는 루만(Luhmann, 1991) 식으로 말하자면 체계의 불안정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근대성의 출현과 함께 시작되었지만, 오늘날 그 불안정성은 극한의 공포를 창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가져온 불신문화, 희망을 더 이상 말하지 않는 냉소주의, 실존적 생존에 내몰린 사람들의 스노비즘, 저항의 주소를 잃어버린 혐오문화, 과거로부터 미래를 찾으려는 복고주의 등은 체계 불안성정을 개인이 떠안은 결과 나타난 현상들이다. 또한 그것들은 사회적 공포에 맞서는 대중들 각자의 대항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공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36쪽)

이 책에서는 사랑, 분노, 슬픔 등 다른 감정이 아니라, ‘공포’에 특히 주목한다. 사실 공포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예측가능성에서 비롯되는, 인간이 지닌 보편적이며 원초적인 감정이다. 기쁨, 화, 슬픔과 함께 다른 감정들을 파생시키는 일차적인 감정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저자들은 사회학자들이 공포에 특히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오늘날의 공포가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근대사회에서 개별화된 개인들은 생존을 위한 극한적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국가와 전문가체계는 이때 발생하는 공포로부터 안전감을 확보하는 책임을 갖는다. 즉 사회안전망의 구축을 통해 불안과 복잡성은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공포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사회의 합리화·과학화는 그 수행과정이었으며, 산업화, 민주주의, 복지국가의 발전은 그 과정에서의 산물이었다.
오늘날 사회는 자본주의 체계의 모순과 함께 그 역의 과정을 걷고 있다. 양극화, 민주주의 위기, 복지 축소, 지구온난화, 전 지구적 실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간의 신뢰체계가 무너지고 경제적·정치적·사회적·환경적 공포, 더 나아가 사람에 대한 공포에 이르기까지 공포가 전면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공포, 일상, 개인의 삶

경제위기는 많은 사람에게 물질적 정신적 충격을 가져다주었지만, 더욱 근본적인 것은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미래를 조직하고 확립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가와 시장이 제공해왔던 이전까지의 사회안전망은, 변화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은 ‘홀로’ 자신의 사회적 삶에 대한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생존문제와 결부된 경제적 안정성을 자기 스스로 구축하는 일이었다. (140쪽)

저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특히 이러한 불안과 공포가 일상화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미래를 빼앗기고, 복지 사각지대에서는 빈곤에 시달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적 감정마저 박탈당한 채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다가 자살로 그 공포를 끝내는 이들도 많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을 이처럼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은 가장 근접한 직접적인 원인을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지속된 경기침체와 노동시장의 유연화에서 찾는다. 수시적인 대량해고, 명예퇴직 압박, 비정규직 고용 증가, 노조조직률 저하, (청년)실업 양산 등 노동시장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은 매우 불안정한 토대 위에서 재구성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2000년대를 경유하면서 경제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었다. 이제 일상성은 단기성, 경쟁, 축소, 불안정성, 불확실성, 즉시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책의 제2부 ‘공포, 일상, 개인의 삶’에서는 오늘날 공포가 개인의 일상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주체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공포 감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될 때, 공포 분위기는 각자 사람들이 당장 취할 행위와 실천을 촉발시키며, 나아가 사람들의 정체성 형성에까지 개입한다. 이러한 논의의 하나로 제3장 ‘공포, 개인화, 그리고 축소된 주체’에서는 현대 한국 사회의 일상적 삶의 특징을 공포를 통해 이해함으로써 일상생활에 대한 감정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들은 특히 현재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불확실성과 공포문화가 어떻게 공포의 ‘사사화’ 현상을 초래하고 축소된 주체를 탄생시키는지를 포착한다.
또한 제4장 ‘부자 되기’ 열풍의 감정동학’에서는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른바 ‘부자 되기 열풍’을 감정사회학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저자들은 그것이 단순히 사회구조적 산물이라기보다는 ‘부자 되기’라는 주체적인 행위의 차원과 결합된 집합적 열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 감정동학을 공포-환멸-선망의 삼중주로 파악한다. 이어 제5장 ‘먹을거리 불안 공포와 먹을거리 파동’에서는 먹을거리 불안과 먹을거리 파동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구조적 메커니즘과 감정동학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먹을거리 파동을 신뢰와 불신의 변증법적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공포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파악하고, 그러한 파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서 ‘먹을거리 윤리학’을 제시한다.

고도경쟁에 내몰리면서도 왜 저항하지 않는가

자본가들이 느끼는 공포와 그들의 공포극복 전략이 지금까지 자본주의를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켜왔다. (…) 경쟁체제의 변화는 노동자들의 공포 감정을 더욱 심화시켜왔다. 더 많은 생산을 통한 성장이 저임금과 노동착취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했다면, 비용 감축을 통한 성장은 노동자들 역시 무한경쟁체제로 몰아넣으며, 좌절과 공포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체제는 노동자들의 권력과 정체성을 박탈한다. 그리하여 ‘프롤레타리아트의 종말’(고르, 2011)이 선언되는가 하면,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프레카리아트란 불안정한 노동자계급으로 정의되는데, 대표적으로 단기 계약직, 일용직, 극빈층(pauper) 등을 포괄한다.(222~223쪽)

제3부 ‘공포, 노동, 자본주의’에서는 후기자본주의 체제에서 격렬해지고 있는 경쟁 메커니즘과 공포가 노동자와 극빈자들의 행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어떠한 행위 특성을 보이는지를 살핀다. 경쟁과 공포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의 삶을 지배하지만, 그럼에도 자본가에게는 경쟁이, 노동자에게는 공포가 훨씬 더 부각된다. 둘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바로 경쟁과 공포의 전가 메커니즘이다.
제6장 ‘고도경쟁사회 노동자의 공포감정과 행위양식’에서는 오늘날 노동자들의 좌절과 공포를 양산하고 노동자의 존재 기반까지 박탈하고 있는 상황을 ‘고도경쟁 레짐’으로 개념화하면서, 그 속에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감정구조를 포착한다. 또 그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공포가 그 배후감정(분노, 수치심, 무력감, 체념)에 따라 어떻게 각기 다른 행위양식(저항, 자기계발, 예속, 체념)으로 발현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왜 노동자들의 저항이 줄어들거나 약화되는지를 설명한다.
적극적 감정인 분노를 배후감정으로 하는 노동자의 저항행위 영역은 논리적으로 전체 행위 영역의 4분의 1만을 차지하며, 그마저도 고도경쟁사회에서 개인화의 가속화 효과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더욱 축소되고 있다. 반면 수동적 감정인 수치심, 무력감, 체념을 배후감정으로 하는 행위 영역은 현실적으로 더욱 넓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자기계발 열풍, 노동계급의 보수화, 노숙자의 증가는 이러한 현상을 실증한다.
제7장 ‘노숙인, 공포, 후기자본주의적 감정통치’에서는 노숙인의 사회적 삶을 후기자본주의적 맥락에서 재구성한다. 또 그들에 대한 장치(dispositif)를 꾸준히 개입시키는데도 왜 노숙인은 사라지기는커녕 정체되거나 더 늘어나는지를 감정사회학적으로 밝힌다. 저자들은 후기자본주의적 감정통치가 지닌 모순과 역설이 그러한 과정을 설명해준다고 주장한다.

공포, 정치, 사회운동: 촛불시위 그 이후

그들에게 소통하지 않는 국가는 ‘독재국가’로 인식되고, 이것이 바로 촛불집회 참여자의 분노의 원인이며, 촛불집회는 바로 이 소통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는 국가와 개인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양자 간의 소통에 민주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민주주의의 정신이 인간의 존엄성의 존중에 있다는 근본적 원리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촛불집회는 곧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리를 ‘실천’하라는 요구였다. 결국 촛불집회 참여자의 분노는 개인주의를 전면에 내건 민주주의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382~383쪽)

제4부 ‘공포, 정치, 사회운동’에서는 공포가 정치와 사회운동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이 현실정치와 운동에 어떻게 반영되고 활용되는지를 분석한다. 제8장 ‘공포정치와 복지정치’에서는 보수정권 내에서 복지의 확대와 축소를 가져오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감정사회학적으로 해명한다. 우리 사회의 복지 포퓰리즘 논쟁은 우리나라가 복지국가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동시에 복지가 중요한 정치의 대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저자들은 이 장에서 역대 집권 보수세력의 권력축소와 권력상실의 공포를 통해 보수정권의 복지정치의 동학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제9장 ‘먹을거리, 공포, 가족동원’에서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다룬다. 이 장에서는 촛불집회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집회의 여성화’, 그중에서도 특히 ‘가족단위의 동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가족동원의 감정 범주로, ‘모성’의 사회적 실천, 정부와 전문지식체계에 대한 ‘신뢰’의 철회, 광우병이라는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를 ‘공포’, 기본권 부정에 대한 ‘분노’를 설정하고, 이것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가족동원을 이끌었는지 분석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과정은 감정의 다중적 복합적 측면이 어떻게 갈등을 동원함과 동시에 연대의 토대를 이루면서 한 사회의 모습을 규정짓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격렬하고 열정적이었던 촛불집회 이후 우리 사회에서 그 촛불의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촛불을 더 이상 켜지 않게 한 감정동학은 무엇인가? 이로써 감정이 사회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지체시킬 수도 있다는 측면에 대한 후속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도경쟁사회에서 ‘고도연대사회’로: 성찰적 감정의 복원

이처럼 거시적 감정사회학은 감정과 사회구조 간의 연관성에 주목함으로써 왜 특정 사건에 대해 사회성원들이 서로 다른 행위를 보이는지를 규명한다. 거시적 감정사회학은 기존의 합리적 선택이론이나 이사소통 합리성을 걷어내고, 감정동학에 따라 행위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인지틀에 끼워 맞추거나 통계숫자에 따라 행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동학의 흐름과 과정 속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감정동학’은 거시적 감정사회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개념이다. 이는 행위자가 처한 상황적·관계적 맥락 속에서 감정적 행위의 주체로서 행위를 전개함에 따라 발생하는 역동적 과정을 뜻한다. ‘배후감정’은 이러한 감정동학을 이끄는 힘이다. 이는 개개인의 생애 경험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며, 지향하는 시간성과 대상에 따라 각 행위자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행위양식을 드러내게 한다.
저자들은 배후감정에 따른 ‘적극적인 맞춤형 사회정책’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정책의 감정적 전환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연대의 감정’임을 강조한다. 이것의 배후감정은 애덤 스미스의 ‘동감’, 헤겔의 ‘사랑’, 막스 쉘러의 ‘공감’ 등으로, 모두 타자와의 상호주관성 속에서 ‘인정’, ‘존중’, ‘호혜’를 이끌어내는 감정이다. 저자들은 이것이 격렬하고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 한 고도경쟁사회에서 ‘고도연대사회’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감정적 토대임(262쪽)을 강조한다.

거시적 감정사회학의 노력은 ‘성찰적 감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게 한다. 성찰적 감정은 타인과의 관계를 ‘두껍게’ 이해하려는 감각이자 더욱 민주적이고 수평적으로 관계를 도모하려는 아비투스다. 사회적 분화와 복잡성이 날로 확대되어가는 현대세계에서 인간에게 성찰적 감정은 그 복잡성을 줄이면서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실천감각이다. 부당한 권력관계에서 비롯되는 인권유린이나 생존권 박탈에 대해 분노하고 피해자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 정의롭지 못한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 타인에 대한 차별이나 무시에 민감해하는 것 등이 성찰적 감정에 내재한 비판성이다. 그리고 여기가 거시적 감정사회학이 도달하려는 궁극적 지점이기도 하다.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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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제1부 감정, 사회, 사회학
1 왜 감정인가
우리는 왜 감정에 주목했는가 | 몇 가지 개념적 정리 | 감정연구의 몇 가지 조류 | 왜 거시적 감정사회학인가 | 공포에 주목한 이유: 공포‘전가’체제 | 이 책의 구성ㆍ

2 거시적 감정사회학을 위하여
합리성의 사회학 넘어서기 | 감정사회학의 터 닦기: 이분법적 전통 넘어서기| 거시적 감정사회학의 터 닦기: 행위와 구조 연결 짓기| 거시적 감정사회학의 방법론 모색| 거시적 감정사회학의 개념적 장치와 감정동학| ‘감정적 전환’의 사회학적 의미와 ‘감정정치’

제2부 공포, 일상, 개인의 삶
3 공포, 개인화, 축소된 주체
2000년대 이후 일상성의 감정사회학| 불안과 공포의 일상화| 불확실성과 공포문화의 구조적 형성| 공포의 사사화와 축소된 주체: 개인화의 패러독스| 자기표출적 일상의 패러독스| 사회적 공포 벗어나기

4 ‘부자 되기’ 열풍의 감정동학
공포 - 환멸 - 선망의 삼중주| 문화적 에토스로서의 ‘부자 되기’| ‘부자 되기’ 열풍의 사회적 메커니즘: 경제적 공포와 사회적 위험의 개인화| ‘부자 되기’ 열풍의 감정동학| ‘부자 되기’ 담론의 전환: 지식에서 마음으로| 새로운 부자 ‘윤리’와 생애 프로젝트의 재편ㆍ| 열풍이 지나간 자리: 마음의 폐허

제3부 공포, 노동, 자본주의
5 먹을거리 불안ㆍ공포와 먹을거리 파동
먹을거리의 이중성: 즐거움과 위험| 먹을거리 불안ㆍ파동의 연구 동향: 미디어에서 감정으로| 근대 먹을거리 불안의 발생 메커니즘: 근대 먹을거리 체계| 먹을거리 파동의 감정동학: 공포 커뮤니케이션| ‘먹을거리 윤리학’을 위하여

6 고도경쟁사회 노동자의 공포 감정과 행위양식
무한경쟁과 노동자의 삶 | 자본주의, 경쟁, 공포 | 고도경쟁사회에서 노동자 공포의 발생 메커니즘 | 노동자 공포의 감정동학과 행위 양식| 고도연대 레짐을 향하여

7 노숙인, 공포, 후기자본주의적 감정통치
잉여인간의 발명| 노숙인 생산의 감정사회학: 동정심에서 무관심으로| 공포, 후기자본주의적 통치 그리고 노숙인| 노숙인과 후기자본주의적 감정통치| 또 다른 통치: 잉여인간과 시민 사이에서

제4부 공포, 정치, 사회운동
8 공포정치와 복지정치
한국 보수정권의 감정정치| 보수세력의 공포와 복지정책| 복지국가의 우파적 기원과 복지정치의 감정적 토대| 공포의 감정동학과 복지국가| 한국 보수정권의 공포정치와 복지정치의 감정사회학| 공포의 연대에서 안전의 연대로

9 먹을거리, 공포, 가족 동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경우| 감정과 동원| 이분법의 연결고리로서의 감정| 가족 동원의 감정 메커니즘: 모성, 분노, 도덕감정| 감정, 연대, 민주주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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